미흡한 주제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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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지막에 논의의 대상에 오른 작품은 「가족 회의」 「기적」 「동굴 설화」 「문은 하나」 등 네편이었다.
그러나 대상에 올려놓기 전에 이미 당선에 해당할 만한 작품은 없다는 이야기가 선고 위원들간에 오갔던 터이라서 이 넷 가운데 가작이라도 발견되면 다행이라는 것이 모두의 느낌이었다.
「가족 회의」는 「드라머」의 소재로서 매우 구미가 당기는 것이나 작자는 그 재료를 극적으로 구축해 가는데 실패했다. 한개의 「신」으로 해서 고쳐 써보기를 권한다.
「기적」은 「드라머」의 짜임새로서는 이럭저럭 되었으나 그것뿐이다. 우리가 신인에게 바라는 새로움과 패기가 없다. 그리고 작품의 격이 낮다.
이 작품의 격이란 점에서는 「동굴 설화」나 「문은 하나」가 높은 편이다. 전자는 작자의 의도가 뚜렷하지 못한데, 인간이 갖는 어떤 근원적 상황을 그려보려고 들었고, 후자는 주제의 연극으로서의 처리가 서투르지만 진지한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이 하나는 쓸데없는 군소리를 추려 내고 대사를 다듬으면 좋은 극이 될 것이요, 다른 하나는 주어진 상황에만 기대지 않고 이야기를 쌓아올려 주제를 좀더 선명하게 부각시킨다면 역시 쓸만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둘을 아울러 가작으로 뽑았다. 여기 언급된 신인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극작에 여진 하기를 바란다. <유치진 여석기 차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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