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펀드 경쟁업체인 중국통신 자회사에 투자

중앙일보

입력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퀄컴이 국내 벤처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퀄컴펀드(퀄컴/한솔iV CDMA펀드)가 최근 경쟁업체인 중국 중싱(中興)통신의 한국내 자회사격인 ZTE퓨처텔에 2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윤영탁 의원이 27일 중소기업청에서 제출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퀄컴펀드는 지난 6일 ZTE퓨처텔에 신주인수 방식으로 25억원을 투자했다.

ZTE퓨처텔은 중싱통신이 지분 54%를 가진 통신단말기 개발업체. 중싱통신은 최근 퀄컴과 한국보다 유리한 로열티계약(수출 7%, 내수 2.65%)을 맺은 중국내 2위의 통신기업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로열티 최혜대우' 논란의 도화선을 제공한 업체다. ZTE는 중싱통신의 영문 약자다.

윤의원은 "퀄컴이 로열티 최혜대우를 둘러싸고 정보통신부 및 기업들과 첨예한 마찰을 빚고 있는 와중에, 논란의 한 당사자인 중국 기업에 국내 지원 목적의 돈을 투자한 것은 문제" 라고 주장했다.

윤의원은 "이는 유망중소 벤처기업을 발굴.지원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공헌한다는 퀄컴펀드의 결성 목적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투자 철회를 요청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이 한.중 로열티를 차등화해 로열티 수입을 최대한 늘리는 것은 물론 투자수익까지 챙기려는 것 아니겠느냐" 고 말했다.

이에 대해 퀄컴펀드측은 "중싱통신과 협력하면 공식적인 대중국 마케팅 채널을 확보할 수 있어 이익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 고 밝혔다.

퀄컴펀드는 6백76억원 규모로 결성됐으며, 지난해 12월 1차로 3백38억원이 납입됐고, 나머지 돈은 다음달 8일 들어올 예정이다.

이 펀드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도 2백억원(약 30%)을 참여키로 하고 이미 1백억원을 납부했다. 벤처기업에 실제 투자된 돈은 25일 현재 1백30억8천만원.

한편 정통부는 이날 미국 퀄컴사에 합리적인 로열티 조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양승택 장관 명의의 서한을 발송했다.

하지윤 기자 hj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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