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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힘들어서 … 늘어나는 엄마 좀도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7월 경기도 수원시의 한 대형마트. 가정주부 이모(55)씨는 종이컵 상자 하나를 카트에 실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씨는 황급히 종이컵을 상자에서 꺼낸 뒤 16만원 상당의 조미료 8봉지를 대신 넣었다. 이씨는 훔친 조미료 봉지로 채워진 종이컵 박스를 계산대에 슬쩍 내밀었다. 종이컵 값 1만2000원만 지불하고 마트를 나서려는 순간 보안요원에게 덜미가 잡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가 빠듯해 그랬다”며 울먹였다.

 장기 불황에 따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등에서 생필품을 훔치는 주부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업주부의 절도 사건은 2006년 1700건에서 지난해 3101건으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검사 성추문’ 사건의 피해자 B씨(43·가정주부)도 지난 8월부터 3개월에 걸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냉동식품 등 생필품을 훔치다 적발돼 사건에 휩싸이게 된 경우다.

 주부들의 생계형 범죄는 단순 절도를 넘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충북 청주에 사는 최모(52)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던 편의점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부엌에서 쓰던 고무장갑을 낀 채 범행하는 등 어설픈 행동으로 범행 20여 분 만에 덜미가 잡혔다. 또 지난 9월 부산에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유명 웹하드 사이트에 음란물을 대량으로 유포한 주부 이모(32)씨가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씨는 720만원 상당의 부당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 범죄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입건된 절도 사범 11만1390명 가운데 7만225명(63%)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을 상대로 한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불법 대부업자가 늘었다. 경찰에 붙잡힌 불법 대부업자는 2010년 3900여 명이었는데 올해는 지난 8월까지 7800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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