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8억 … 공정위 사상 최대 과징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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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기업으로부터 걷었다. 그만큼 공정위의 조사 강도와 제재 수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과징금 징수액은 9138억원으로 지난해(3473억원)보다 163% 급증했다. 기존 사상 최대금액인 2010년의 507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2012년 예산안을 짜면서 올해 과징금 징수액을 4029억원으로 추계했지만, 실제 실적은 예상치의 두 배가 넘었다.

 이렇게 과징금이 크게 늘어난 건 올 들어 굵직한 사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규모가 큰 건 3월 적발한 라면 담합이다. 9년간 라면 가격을 서로 짜고 올린 농심 등 4개사에 1354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2년8개월을 끌어온 4대 강 입찰담합 건도 6월에 결론 지었다. 8개 대형 건설사에 총 111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 밖에 스마트폰 출고가를 부풀린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454억원), 부당내부거래를 한 SK그룹(346억원)에도 거액의 과징금을 매겼다.

 송상민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은 “올해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말 부과됐던 과징금 중 5000억원가량이 해를 넘겨 올해 납부되면서 징수액이 크게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엔 생명보험사 담합(과징금 3653억원), LCD패널 담합(1940억원), 브라운관유리 담합(545억원) 등 대형 사건이 여러 건 마무리됐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인 2008~2009년엔 과징금 징수액이 연간 1000억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 국정운영 원칙으로 ‘공정사회론’이 떠오르면서 공정위 과징금도 덩달아 늘었다. 이철행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공정위 과징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추정된다”며 “과징금이 늘었지만 기업이 잇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실제 얼마나 집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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