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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노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져 간다고 했지만 여간해선 사라지지 않는 노병들이 있다. 90의 노령으로 근 5년 동안을 병석에 누워서 끝내 어지럽고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나기를 거부하다 간 이 박사가 그랬다. 75세 생일을 지내자마자 다시 심장마비를 일으킨 「아이크」가 있다. 아직도 병원에서 요양중이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긴 모양이니 반가운 일이다. 이 박사는 아무 말 없이 갔지만, 「아이크」는 대통령 재직시의 일을 회고하는 일대 회고록을 쓰는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했으니, 그 사업을 위해서도 그의 장수를 기원해야 한다.
노병 얘기가 나오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은 금년 75세에 앞으로 7년간 더 대통령을 해야겠다고 나선「드·골」.친아들인 황태자 마저 휩쓸려 돌아가는, 끊임없는 권력다툼의 도가니 속에서 끄떡 않고 버티어온「이디오피아」의 「셀라시에」전하는 73세. 장개석씨는 78세. 동맥경화증을 앓는다는 소문만 있고, 입원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스페인」의 「프랑코」는 72세. 남아 「로디지아」와 함께 백색주의라는 전세기 유물의 기수 노릇을 해온「포르투갈」의 강자 「살라사르」는 76세.
오래 살아서 사해동포에게 웃음과 평화를 줄 수 있다면 만수무강이란 말은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해 지어낸 말이다. 정치가가 아니라도, 가령 76세의 노구를 불구하고 다시 은막에 나서겠다고 벼르고있는 「찰리·채플린」이 그렇다. 그러나 세상에는 눈물과 싸움과 소란을 조작하기 위해서 으레 살아야겠다고 기를 쓰고있는 어처구니없는 노병들이 있다. 올해 72살 났다는 모택동이가 그 하나다. 가끔가다 슬그머니 없어 졌다간 슬그머니 나타나고 해서 그의 건강에 대한 억설이 구구하다. 또 하나는 월맹의 호지명-모보다 네 살 위인 76세 인데,무슨 큰 일을 저지를 때마다 신문에 나는 사진을 보아서는 그의 모진 목숨이 가까운 장래에 어떻게 될 것 같이는 보이지 않는다.
되도록 빨리 사라져 줬으면 하는 노병일수록 그 동태와 건강상태가 비밀의「베일」속에 감춰져 있다. 후계자의 마련이 없어, 제명을 온건히 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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