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을 파고 드는 인터넷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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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전화거는 방법을 모른다 해도 창피할 건 없다. 음성데이터통합(VoIP)이라는 이름부터 전문지식이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초기 사용자들은 나쁜 음질과 소프트웨어 결함에 시달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인터넷전화는 무료라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도 무전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번갈아가며 통화할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좋은 소식은 인터넷 전화기술이 1990년대 중반 첫선을 보인 이래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사실이다. 넷투폰과 다이얼패드 같은 서비스들은 고객의 불만사항을 수용해 오랜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더 나은 새 제품들을 추가했다. 음성품질은 향상됐다. 그리고 이제는 무료가 아니지만 특히 국제전화를 자주 거는 사용자들은 통화료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

VoIP는 아날로그 음성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 뒤 인터넷 프로토콜 패킷이라는 이름의 작은 데이터 묶음으로 분할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초기의 PC-전화 서비스 이용자들은 인터넷전화가 설정하기도 어렵고 내려받은 소프트웨어가 때로는 작동이 안되며 불쾌한 반향효과를 일으킨다고 불평했다. 한 사용자에 따르면 그 반향효과는 “귀뚜라미 소리와 썰매 방울소리의 중간”에 해당되는 소리다.

코네티컷州에 거주하는 스티브 고트쇼크(45)는 1999년 다이얼패드 초창기부터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그는 음성품질에 대해서는 만족했지만(잡음이 너무 많지도 않고 통화가 너무 지연되지도 않았다) PC 앞에 앉아 마이크로폰이 달린 헤드셋을 통해 통화해야 하는 것이 너무 “갑갑하다”면서 “나는 가만히 앉아서 전화하는데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트쇼크는 또 인터넷전화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면 메모리(RAM)를 너무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들을 실행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저지州 뉴어크에 있는, 또하나의 대형 인터넷전화 서비스 공급업체인 넷투폰의 최고경영자 하위 발터는 “우리는 PC가 최선의 전화 인터페이스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응해 다이얼패드와 넷투폰은 대안을 제시했다. 양사는 이제 특수접속 암호를 이용해 일반전화기로 IP(인터넷 프로토콜) 통화를 할 수 있게 하는 전화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양사는 또 하드웨어 업체들과 손잡고 사용자가 일반전화기를 케이블모뎀에 연결해 인터넷통화를 할 수 있게 하는 장비는 물론 IP 전화기까지 개발하고 있다(다이얼패드 IP 전화카드를 이용해보니 음성품질은 일반전화보다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인터넷전화는 높은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전화보다는 국제전화를 걸 때 그 효과가 더 크다. 예를 들어 AT&T는 미국 어디에서든지 모스크바로 전화할 때 요금을 분당 31센트 부과한다. 반면 넷투폰을 사용하면 PC를 이용, 전화할 경우 분당 요금이 6센트에 불과하다. 넷투폰 전화카드를 사용할 경우의 통화료는 분당 13센트다.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는 웹 컨설턴트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개빈 카위는 헬싱키에서 넷투폰으로 고향에 거는 전화 통화료가 전화를 이용한 통화 요금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전화가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충실한 고정 고객기반을 확보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서비스 회사들에 따르면 오늘날 그같은 서비스들은 이민자, 해외주둔 군인, 돈이 궁한 대학생들에 의해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인들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VoIP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AT&T와 스프린트 같은 장거리전화 서비스 공급업체들이 특히 국제전화를 중심으로 구식 회선교환망을 점차 IP 기반의 중계선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뉴욕에서 볼리비아로 전화한다고 치자. AT&T의 조 에이빈더는 “통화가 전화망의 어느 구간(예를 들면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현지 전화회사까지)에서는 VoIP회선을 거치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오늘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사용자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AT&T 같은 업체들이 제공하는 VoIP의 음질이 좋은 이유는 부분적으로 이들 업체가 일반 인터넷 회선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인터넷은 교통량의 폭주로 인해 음성 전송 장애가 생기는 경향이 있다. 그 업체들은 일반 인터넷 대신 잘 보호되고 안전하며 개인이 관리하는 인터넷 기간망 채널을 이용한다.

이같은 고품질 설비는 통신회사와 케이블회사의 VoIP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향후에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도 서서히 보급되기 시작할 것이다.

모토롤라의 IP전화제품 담당 수석매니저인 데이비드 호로섀크는 주요 케이블TV회사 중 다수가 현재 미국 12개 도시에서 광대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음성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토롤라에서 만든 장비를 사용해 광대역 음성정보를 전화기로 전송하는 이같은 음성 서비스들은 올 연말이면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러면 AT&T의 시대는 가고 컴캐스트(케이블업체)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처럼 음성을 데이터와 통합하면 업체들은 고객이 전화걸 때도 브라우저같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전화를 돌려줄 때 많은 버튼을 누르는 대신 화면에 뜬 이름만 클릭하면 된다.

전문가들도 IP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데 동의한다. IP는 오늘날의 재래식 망보다 더 싸고 탄력적이다. 통신업계 분석가 마크 윈서는 “그같은 전환이 이뤄지기까지는 20년이 걸리는데 지금은 5년째의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깡통 두개와 실 한줄로 전화하던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Jennifer Tanak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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