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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축구하다 월드컵 득점왕 된 클로제 … 독일이니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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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목공 일을 하며 7부리그에서 뛰던 아마추어 선수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상위 클럽으로 잇따라 이적하며 최고의 프로 선수로 성장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득점왕(5골)을 차지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독일의 축구 영웅 미로슬라프 클로제(34·라치오)는 조기축구회 수준의 작은 지역 클럽 출신으로, 성장을 거듭해 독일 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열아홉 살까지만 해도 목공 일을 하며 독일 7부리그 블라우바흐에서 뛰었다. 하지만 재능을 알아본 상위 디비전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아 여러 차례 팀을 옮겼다. 홈부르크(5부리그)와 카이저슬라우테른 2군(3부리그)을 거쳐 1999년 카이저슬라우테른 1군에 합류하며 고대하던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았다. 베르더 브레멘을 거쳐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후엔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클로제는 월드컵 본선에서만 14골을 터트려 최다골 기록 보유자인 호나우두(브라질·15골)를 1골 차로 쫓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득점왕(5골)이기도 하다. 독일 축구 관계자들은 자국 디비전 시스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클로제를 종종 언급한다. 또 다른 축구스타 미하엘 발라크(36)도 3부리그 클럽 켐니츠 출신이다.

 ◆10차례 변혁기 거쳐 완성

독일은 디비전 시스템이 일반화된 유럽에서도 가장 완성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1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마쿠스 스텐저(38) 독일축구협회 경기운영팀장은 “독일은 1933년부터 지난해까지 78년간 총 10차례의 변혁기를 거치며 디비전 시스템을 완성했다. 특히 분데스리가 출범(1963), 1·2부리그 전담 조직 DFL(Deutsche Fußball Liga) 창설(2001), 마이어 포펠더 전 독일축구협회장의 하부리그 전폭 지원 선언(2004) 등 이른바 ‘3대 개혁’이 진화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독일은 크게 1~4부로 구성돼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하부리그는 최대 12부리그까지 확장되며 각 디비전별로 승강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이론상 12부리그에 해당하는 크라이스리가D 소속 클럽이 승격을 거듭하면 분데스리가를 밟을 수 있다. 실제로 분데스리가 소속 클럽 호펜하임은 8부리그에서 올라온 팀이다.

 독일 디비전 시스템 성장의 저변에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독일인 특유의 국민성이 있다. 한 번 규정이 정해지면 가급적 지키려 노력하는 독일인들의 성품 덕분에 디비전 시스템이 큰 어려움 없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

지난달 17일 아우크스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의 분데스리가 1부리그 경기에 관중이 가득 들어차 있다.

독일축구협회의 적극적인 노력도 큰 몫을 했다. 독일축구협회는 DFL 및 전국 5대 권역·21개 주(州) 축구협회의 상위 조직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디비전 시스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힘썼다. 독일축구협회는 단일 스포츠 단체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년 예산은 대한축구협회의 2.5배인 1억7000만 유로(약 2500억원·2012년 기준)에 이른다. 스폰서십과 TV중계권료, A매치 수입, DFL 회비 등이 주 수입원이며 2만5000개 클럽에 속한 680만 명의 등록 선수들로부터 매년 1인당 10유로(약 1만4000원) 안팎의 회비도 받는다.

 스텐저 팀장은 “독일축구협회는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서 “디비전 시스템의 뿌리인 지역축구협회에 전체 수익의 약 4분의 1인 4000만 유로(약 566억원)를 투자한다. 중·하부리그는 독일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축구협회 공인 에이전트 김홍근(28)씨는 “독일 하부리그의 선수와 지도자, 심판 및 행정가들은 실력만 갖추면 상위 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독일식 디비전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심을 높여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는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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