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 만들어 건보료 10억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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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운 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를 과다 청구한 서울과 전북 등의 병원 네 곳과 병원장 등 관련자 2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정 치료재료 구입금액을 허위로 꾸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서울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 병원장 변모(46)씨 등 병원장 4명, 페이퍼컴퍼니·치료재료 업체 대표 16명 등 모두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변씨 등은 친인척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요실금 치료재 ‘유레안(Urean)’ 등을 두 배 이상 비싸게 구매한 것처럼 세금계산서 등 관련 장부를 꾸며 1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이들은 요실금 치료재의 실제 납품금액이 다른 의료재에 비해 건강보험 요양급여 청구 상한액과 차이가 크다는 점을 악용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로 정한 요실금 치료재의 요양급여 청구 상한액은 57만2000원이다. 이는 실제 납품가격의 2~6배에 이른다. 변씨 등은 납품업체로부터 해당 치료재를 10만~33만원에 구매한 뒤 요양급여 청구 상한액인 57만2000원에 구입한 것처럼 꾸몄다. 이후 병원 측은 건강보험공단에 치료재 구입비용을 과다 청구해 받아 냈다. 납품업체들은 병원에 치료재를 납품해 놓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납품한 것처럼 편의를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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