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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 쇠창살 꽂은 中어선,해경이 무기 꺼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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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해경 특공대원들이 탄 고속단정(아래)이 5일 새벽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남서쪽 70㎞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추격하고 있다. [신안=연합뉴스]

5일 오전 3시50분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남서쪽 62㎞ 해상. 목포해경 소속 1509함에서 최용의(경정) 함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선체 양편에 쇠창살을 꽂고 무장한 중국 선적 150t급 노영호가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불법 조업 어선임을 직감한 최 함장은 해경 대원들에게 ‘긴급출동’ 명령을 내리고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동행한 취재진도 함께 긴장했다.

 5분 뒤 출동한 헬기에서 쏜 조명탄을 신호로 본격적인 단속 활동이 시작됐다. 해경 대원들이 전속력으로 어선을 추격했다. 중국 선원들은 선체 양쪽에 각각 2m짜리 쇠창살 7개를 꽂고 해경의 승선을 막으려 했다. 이들은 해경대원들이 다목적 발사기 등 무기를 꺼내들자 비로소 검문에 응했다. 해경은 이들이 잡은 멸치 10t을 불법조업의 증거물로 확보하고 목포해경으로 압송했다.

 1509함의 단속 활동은 목포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에서 대형 모니터와 디지털 상황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됐다. 상황실에서는 중국 어선들의 분포 현황과 해경 함정과의 거리, 기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바다에 떠있는 단속 함정에 알려준다. 함정에서는 단속 현장을 영상과 무전을 통해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최강덕 상황실장은 “바다의 단속 함정과 육지 상황실의 입체 작전을 통해 우리 바다의 어족 자원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지방해경청은 4일부터 이틀간 함정 40여 척과 헬기 6대, 초계기 2대 등 평소보다 두 배 수준의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집중단속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11척의 불법 중국어선을 나포하고 어선 400여 척을 퇴거 조치했다. 중국 어선들은 선체에 쇠꼬챙이나 쇠그물 등을 설치하고 단속 해경을 향해 10여 척씩 무리를 이뤄 집단으로 저항하는 등 갈수록 흉포화·지능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속 함정과 맞닥뜨린 중국 어선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일단 그물을 끊고 도주했다가 나중에 다시 와서 찾아가는 사례도 있다.

 1509함에 승선한 해경 특공대 전치국(31) 순경은 “지난 10월 중국 선원이 고무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도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서해에서의 불법 조업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다져진 팀워크로 바다 영토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최경호 기자
1509함상=정진명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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