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채권형이든 주식형이든 수익률, 시장 평균도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이 사상 처음으로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을 비교, 발표했다. 결과는 한마디로 ‘나쁨, 나쁨, 나쁨’이었다. 10년 동안의 연평균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못한 상품이 수두룩했다. 직장인의 필수 재테크 수단으로 꼽히는 연금저축은 지난 6월 말까지 631만5000건, 60조원 이상이 팔린 인기 상품이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채권형 상품의 10년 수익률은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42.6%), 은행의 연금저축신탁(41.5%),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생명보험사 39.8%, 손보사 32.1%) 순이었다. 지난 10년간 은행 정기적금 수익률(48.4%)에 한참 못 미친다.

 주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산운용사의 주식형과 혼합형 상품은 그나마 나았다. 10년 수익률이 122.8%로 은행 정기적금보다 높았다. 그러나 비교 기준이 되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49.6%)엔 미치지 못했다. 채권형과 주식형 모두 시장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수익이 나면 다행이다. 초기에 사업비를 많이 떼는 보험사 상품 중에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많다. 9개 손해보험사가 가장 많이 판매한 상품의 수익률을 확인해 보니 7개사 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대개 출시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상품이었다.

 수익률이 가장 낮은 롯데손해보험의 ‘3L명품 연금보험’(-9.53%)과 LIG손보의 ‘멀티플러스연금보험’(9.43%)은 지난해 출시됐다. 생명보험업계에서 수익률이 낮은 편인 IBK생명의 ‘IBK연금보험’(-3.65%), ING생명의 ‘세테크 플랜 연금보험’(-3.40%)은 모두 2010년 나온 상품이다.

 보험사는 “초기 사업비를 많이 떼는 보험 상품의 구조상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상품은 납입 보험료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김영산 손해보험협회 팀장은 “이번 공시에서 추산된 20, 30년 수익률은 회사마다 200%를 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 투자를 전제로 가입하는 연금저축 상품 수익률을 1, 2년 만에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느긋하게 장기 투자를 할 여유가 있는 고객은 많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연금저축상품의 10년 계약유지율은 평균 52.3%에 불과했다. 가입자 절반 정도가 10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중도해지하는 것이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의 ‘나이스플랜연금보험’은 5년 유지율이 57.0%, 10년 유지율이 14.7%에 불과했다. 연금저축을 중도해지하면 고객이 기대했던 혜택은 사라지고 보험사만 좋은 일을 시킨 셈이 된다. 박흥찬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장은 “연금저축 가입 후 10년이 지나지 않아 해지하면 기타소득세(주민세 포함 22%)를 내야 하고, 5년 이내에 해지하면 가산세(2.2%)까지 물린다”며 “금융회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격이어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