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파생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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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경험이 없는 고령자에게 파생상품을 팔려면 직접 고객이 작성한 가입신청서에 금융회사 지점장이 직접 서명해야 한다”는 새 원칙을 밝혔습니다. 또 파생상품에 처음 투자하는 고령자는 상담 당일이 아니라 다음 날부터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발표했습니다. 한번 더 생각해 보는 ‘투자 숙려 기간’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대체 파생상품이 뭐기에 정부가 나서서 이런 조치를 취하는 걸까요.

 익히 들어는 봤을 겁니다. ‘주가지수 선물’이라든가, ‘옵션’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그런 게 대표적인 파생상품입니다. 주식 같은 ‘기초상품’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뭔가에서 비롯됐다는 의미에서 ‘파생상품’이라고 하는 거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볼까요. 주가지수 선물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일반 주식은 그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서 주가가 오르면 산 사람이 이득을 보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주가지수 선물은 다릅니다. ‘앞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오를 것이다’ 또는 ‘내릴 것이다’라고 예견해서는 어느 한쪽에 투자를 합니다. 맞히면 투자 원금의 몇 배에 이르는 수익을 내지만, 틀리면 엄청난 손실을 입습니다.

 대체로 파생상품은 내로라하는 금융 전문가들이 투자를 합니다. 복잡한 수학을 동원해 예상을 하지만, 그래도 틀려서 손실을 입기 일쑤입니다. 그런데도 금융회사들은 이런 상품을 고령층에 많이 권유합니다. 금감원 조사 결과 금융회사들이 65세 이상 고령층에 이 같은 파생상품을 4조원어치 넘게 판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융회사에서 팔고 있는 파생상품 중에 ELS란 것이 있습니다. ‘대표상품’이라 할 만한 것입니다. 주가의 상승·하락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일정 기간 안에 이 기준을 만족했을 때 약속한 금리를 제공합니다. 금융회사들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의 주가가 3년 뒤 20%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15~20% 수익을 준다”는 식의 ELS를 내놓습니다. 요즘 금리와 비교해 볼 때 엄청난 수익이지요. 하지만 원금을 손해 볼 확률도 높습니다.

 ELS 중에는 원금보장형 상품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원금은 돌려주는 겁니다. 이런 상품은 대개 수익도 크지 않습니다. 또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손해가 발생합니다. 그 돈을 정기예금에 들었을 때 받는 이자만큼 손해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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