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문, 동남권 신공항 함부로 공약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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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0조원짜리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대형 개발공약 유령이 대선에서 다시 등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신공항은 부산시민들이 염원하는 것”이라며 “국제적 최고 전문가들이 공정한 평가 결과 가덕도가 최적 입지라고 평가하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 원하는 가덕도, 대구·경북이 미는 밀양 중에서 하나를 단정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일단 ‘신공항 재추진’은 약속한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더 나아갔다. 지난달 27일 부산 유세에서 “(이 정권에서) 공정한 절차가 끝까지 진행되었으면 신공항이 어디에 들어설지 부산시민들은 다 알지 않는가”라며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을 공약한 것이다.

 부산 김해국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란 우려 때문에 동남권 신공항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제기됐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공약했으며 이 후보 당선으로 이는 실천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수년 동안 상황이 달라졌다. 고속철이 승객 수요를 상당수 흡수하는 데다 화물수요 증가도 신공항이 필요할 만큼 예상되지 않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위약’ 부담을 감수하면서 재검토를 지시했다. 전문가 분석 끝에 지난해 3월 국토해양부는 “가덕도와 밀양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한 환경문제, 사업비 과다, 경제성 미흡 등으로 현 시점에서 사업 추진 여건이 적합하지 않다”며 백지화를 발표했다. 이후 전문가들의 검토에 영향을 줄 만한 새로운 변화는 없다.

 그런데도 여야는 지난 4월 총선부터 다시 공약해 왔다. 새 정부가 다시 분석하겠다는 것인데 이명박 전문가와 새 정부 전문가는 다른 종류인가. 여객·화물 수요와 경제성이 1~2년 새에 바뀌나.

 설사 새 정부가 추진하더라도 이 같은 대형 개발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해선 안 된다. 새만금·행정수도·대운하처럼 다시 ‘개발 포퓰리즘’에 휘말리기 때문이다. 복지 포퓰리즘에만도 매년 수십조원이 더 필요한데 개발까지 얹으면 나라 살림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지역 간 유치 경쟁은 ‘대화합’에 얼마나 큰 장애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