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 이윤석 개그맨·'TV 책을 말하다' 진행자

중앙일보

입력

개그맨이 무슨 책읽기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뭘 모르는 소리다.

능력의 한계를 수시로 절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견해를 겸손한 마음으로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꼭 참고용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말하라면 서슴없이 책읽기와 음악감상을 꼽는다.

스포츠와 잡기를 좋아하지 않아 혼자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된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읽은 책으로 『한국의 주체성』『한국의 정체성』(책세상) 을 들고 싶다. 급변하는 세계화 시대에 냉철하게 현재의 자신과 한국인을 되돌아봐야 하는 필요성을 톡 쏘는 방식으로 설득력있게 강조하고 있다.

『인물과 사상』(개마고원) 은 실명 거론과 직설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글쓰기로 내게 쇼크를 준 책이다. 요즘 세상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돌아가고 또 그들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참고가 된다.

내 청년 시절을 잡아먹은 책은 『쇼펜하워의 인생론』(범우사) 이다. 쇼펜하워에 대한 질투와 섣부른 동조로 지금 생각하면 겉멋 든 방황을 하게 만든 책으로 몇번을 줄긋고 메모하며 읽은 애장품이다.

세 권을 3일 동안 밤 새워 읽은 『링』(씨엔씨미디어) 은 지식 전달은 물론 재미에서도 영상물이 책을 따라올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개미』(열린책들) 를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다 사봤다. 내 사고의 폭을 넓혀주었으며 인간이 왜 겸손해야 하는지 일깨워주었다.

이밖에 인간의 이기심과 위선적인 모습을 알게 해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세종서적) , 인간의 생존은 단순해 유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에 불과하다고 말한 『유전자들의 전쟁』(민음사) 도 유익한 책이었다.

종교에 관한 통찰을 통해 속을 시원하게 해 준 『1만년 동안의 화두』(들녘) 『예수는 없다』(현암사) 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장래 꿈□ 그것은 책과 음악을 자유롭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서점을 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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