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참사 이후 주가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개장을 앞두고 있는 미국 증시가 개장과 동시에 큰폭 하락할 경우 국내 증시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의 안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과감한 매매보다는 미국 증시와 사태 전개 추이를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 전략이다.

대한투신증권은 13일 `미국 테러사건 이후 주가 시나리오' 보고서에서 미국이 테러 배후를 찾아 조기에 응징한다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후세력 확인과 응징과정이 장기화되고 미국과 아랍권이 긴장상태에 돌입할 경우 전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심대하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음은 미국 테러 대참사 처리과정을 시나리오별로 나눠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시나리오별 투자 전략을 정리한 것이다.

▲낙관적 시나리오

향후 사건 처리과정에서 배후 테러세력이 조기에 확인되고 미국 국민과 부시 행정부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수준의 응징이 이뤄지는 경우다.

이 경우 이번 테러 사건은 비경제적인, 일시적인 외부충격으로 조기에 수습될 수 있으며 미국의 민간 경제주체들에 미치는 심리적 불안감도 최소화될 것이다.

사태의 조기수습으로 제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제회생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태발생 이전보다 경기저점이 앞당겨지게 된다.

우선 미국은 공격적 금리인하 등 금융완화 정책을 강화하면서 민간소비가 조기에 회복될 것이고 유럽의 금리인하 동참으로 세계경기부양 효과도 높일 수 있다.

또 아랍권이 미국정부에 철저히 협조하는 자세를 취하기 위해 원유를 탄력적으로 공급하게 돼 유가 급등 현상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함께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감 회복으로 달러화 가치가 안정을 찾게 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다.

결국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외부 쇼크로 인한 국내 주가의 급락은 단기간에 해소되면서 기존의 박스권 장세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황이 낙관적 시나리오 대로 움직이면 투자자들은 주가 추가 하락의 경우 낙폭과대 우량주와 유동성장세 수혜주를 저가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겠다.

▲비관적 시나리오

테러사건의 배후세력 확인과 범인 인도과정이 순탄하지 못하고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 증대로 민간소비와 기업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다.

나아가 테러세력에 대한 보복과정에서 미국과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고 군사적 충돌사태로 발전할 경우 원자재 가격 급등과 전세계 경기침체를 재촉하게 될 것이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그룹도 상당한 피해보상금 지급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이고 미국 국민들의 소비심리 악화로 자동차 판매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제너럴 모터스(GM)의 대우차 인수 문제와 AIG 그룹의 현대투신 인수등 국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머징마켓 주식이 고위험자산으로 분류되고 외국인들의 주식매도 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매도 공세를 펼칠 경우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500선 이하에서 바닥권을 재확인하는 과정에 시달릴 위험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비관적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단기 반등시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중립적 시나리오 미국 테러사건 해결이 지연되고 응징의 대상과 강도를 둘러싸고 이견이 노출될경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응징과정에서 중동지역과의 마찰도 예상돼 유가가 현재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불안정한 등락을 보일 것이며 이는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이 금리인하나 재정지출 확대 등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을 취하더라도 효과가 반감되면서 미국경제의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도 대규모는 아니겠지만 미국증시 불안이 지속될 경우 미국내 펀드의 환매압력이 증대되고 실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 문제도 미국경기 회복여부에 상당 부분 의존하면서 속도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해결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중립적 시나리오에서는 국내 증시의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추가적인 하락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종합주가지수는 450-550선에서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하는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초기에는 관망세를 유지하다가 사태 진전에 따라 박스권 하단에서 저점매수하고 상단에서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겠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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