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즐거운 도산초처럼 가정·사회서도 자유와 기회 주면 어떨까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12일 오후 충남 논산의 도산초교 내 간이 골프연습장에서 방과 후 수업을 받던 3·4학년 학생들이 건너편에 떨어져 있는 골프공들을 주우러 달려가고 있다.

‘즐거운 학교.’

‘즐겁다’와 ‘학교’라는 두 단어의 결합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저뿐일까요? 선생님 세대만 해도 학교는 전혀 즐거운 공간이 아니었어요. 무서운 선생님, 지루한 수업, 답답한 교복, 귀찮은 청소 시간 등 ‘싫은 것’들의 총 집합체 같은 공간이 바로 학교였거든요. 오죽하면 수능을 마친 고3들에게 가장 끔찍한 악몽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꿈’이라는 우스개까지 있었겠어요.

학교가 싫고 답답했던 이유는 억눌린다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배고파도 참아야 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도 꾹꾹 참아야만 하니 짜증과 스트레스가 가득차게 되는 거죠. 머릿속에는 항상 “이건 또 왜 안 된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기도 했고요.

기사에 등장하는 학교의 모습은 제 기억 속의 학교와 많이 달라 눈길을 끕니다. 시골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골프·승마·축구·동시 창작·영어회화·밸리댄스·바이올린·발레 등을 배운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지경입니다. 학생들도 “뛰어노는 활동이 많다 보니 하루 종일 학교에 있어도 즐겁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곳이 정말 우리나라 학교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충남 논산의 도산초등학교 이야기인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역시 여느 시골 학교처럼 학생 수가 급감해 폐교 위기까지 겪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뛰어노는 프로그램을 적용한 뒤에 전학생이 늘어 전교생이 137명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많은 학부모가 아이를 더 많이 공부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성적을 올리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좀 더 많이 놀게 하고 즐거운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역발상으로 학교를 위기에서 건진 셈이네요.

학교는 당연히 통제와 규제를 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저에게는 신선한 내용이었습니다. 누군가 불행함을 느끼고 문제를 자꾸 일으킨다면, 억누르는 대신 뛰어놀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게 해법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요즘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도, 사회도 위기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위기가 있다는 건 그 공간에 들어가는 게 싫고 답답한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학생들이 하루 종일 뛰어놀고 싶다는 도산초등학교처럼 가정과 사회도 구성원들에게 자유와 다양한 기회를 주면 어떨까요. 즐거운 학교, 행복한 가정,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도 우리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거란 희망적인 생각이 듭니다.

이민아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