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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영토」지키는「한라」영봉의 웅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965년9월22일- 여기 탄생을 고하는 정상이 있다. 정오의 태양이 원초의 침묵 속에 작렬하는 어기찬 출범-「코발트」하늘을 찌른 1,950미터에 생명의 의지 같은 백발이 서렸다.
한라산 백록담-.
직경 5백「미터」의 화산구가 천년을 입다물고 있다. 그 언저리는 동강난 반도20년의 모악 -현해탄을 단숨에 난 시속 4백「마일」의「제트」폭음 속에 조종한의 향은 곧장 동남태평양쪽이었다. 고공의「카메라」도 태평양을 겨눠「렌즈」를 완개-. 변경의 창은 이미 세계였다.
「백두」를 날지 못하는 함분을 안은채 한라는 남반의 최고봉-.
「천지」를 손적셔보지 못하는 통한을 깨문채 백록담은 우리의 젖줄이다. 그 분만으로 하여 고고성은 더욱 어기차야할 고고성-. 활화를 멈춘 저 분화구의 울분처럼 민족의 후설로 자라「폼페이우스」의 사자후로 끓어 오르리니-.
누군가가 일렀듯이 저 바다는 일의대수-. 공역 1만 피트에서 바라본 그 바다엔 한·일이 없었다. 어군탐지기롤 박고 해저를 긁어가는 노략의 물길도, 밀수선이 기어드는 야음의 뱃길도, 가난에 찌들었던 민생의 허덕임도,「비둘기」며「맹호」며 정군의 해로도-.「하일라이트」를 쫓는 산은 알고 있다.
불로초를 따려는 신선을 태우고 하늘서 내려온 사슴이 목을 축였다는 전설이 지금도 애틋한 백록담-. 수령 5백년을 세는 구상나무와 노가리나무가 낙뢰를 맞고 수육을 발기발기 찢긴채 꺾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 허리엔 3백여개의 측화산암반이 억겁의 풍화에 씻겨 희뿌연 골반을 드러내고도 강미를 번득이고 있다. 눌리면 쳐들고 부러지면 곤두서는 겨레의 넋- 도전과 응전의 계시였다.
겨레의 지지와 공명과 흥망을 디디고 지금은「제로·아워」- 영봉의 정기속에 번영의 길잡이가 가는 길이 있다. 정상을 다짐하는 탄생이 있다.
(T=33제트기상에서 공군10전비 김홍식대위 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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