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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제있는 與圈의 현실인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구참사를 처리하는 당국의 태도와 이 사고에 대한 여권(與圈)의 인식에 공감하기 어려운 몇가지 문제를 느낀다.
당장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와 사고 뒷수습 작업이 대구시민과 일반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사고직전에 가스관 파손이 있었다는 수사발표와 달리,사고전날부터 가스냄새가 났다는 시민증언이 계속되고 있다.또 발표에 의아해 하는 전문가들의 문제제기도 꼬리를 물고 있다.가스유출 신고가 기록됐을지 모를 파출소의 일지(日誌)를 불태운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이런의혹이 제기되면 수사를 다시 철저히 해 의혹을 푸는 것이 온당한 태도일텐데,어찌된 셈인지 수사재 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복구작업에 있어서도 가스폭발이 지반과 각종 시설물들의 안전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는등 면밀한 안전확인작업이 선행(先行)돼야 함에도 겉모습을 빨리 복원하는데만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요컨대 정부는 이 사고를 빨리빨리 덮고 끝내자 는 태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의심은 민자당의 국회대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우리는 이미 그저께 왜 이 사고를 국회에서 다루지 못하느냐고 지적한 바있지만 여당은 며칠씩이나 국회를 공전시키면서까지 이 사고를 회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구시에서는 『저희 대구시는 조금도 잘못이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희생자 가족들을 돕고 있습니다』는 애도문을 돌렸다니 이 무슨 한심한 소행인가.대구시에 정말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인가.
뿐만 아니라 여권 일각에는 마구잡이공사나 안전무감각 공사를 정부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정부를 비난하느냐는 투의 감정도 있는 것 같고,과거 부실을 왜 지금 정부에 따지느냐는 기분도 있는 것 같다.그러나 생각해 보라.지난 2년간 실 태를 파악하고 보강.감독.관리.확인에 철저했던들 저 많은 대형사고가 났겠는가.이런 투정 같은 발상이 혹시라도 여권에 있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사고지역 출신인 최재욱(崔在旭)의원의 말에 공감한다.
이 사고를 선거와 연관시켜 대책을 세우거나 주검을 앞에 놓고 표를 얘기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여권의 겸허하고 성심을 다하는 사고수습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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