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문화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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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호 29면

금주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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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물(建物) 매점(賣店) 가격(價格)이 얼마요.” “글쎄, 매상(賣上) 따라 다른데. 견적(見積)을 내보죠.” “경매(競賣)로 나온 건 없습니까.” “잠깐, 손절(損切)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유(理由)는요.” “차압(差押) 내역(內譯)이 있어요. 여기 일람(一覽)을 보세요.”

납득이 쉽도록 상황을 설정해 봤다. 괄호 속 한자로 표시된 말은 19세기 후반 이후 일본에서 건너온 단어들이다. 앞 문장에 쓰인 ‘단어(單語)’나 ‘납득(納得)’도 그렇고 ‘대통령(大統領)’ ‘개혁(改革)’도 마찬가지다.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 문명이 일본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관련 단어들이 기존 한자어엔 없는 어휘로 재탄생했다. ‘society’는 사회(社會)가 됐고 ‘democracy’는 민본주의(民本主義) 혹은 민주주의(民主主義), ‘romance’는 낭만(浪漫)이 됐다. 현재 한국어 중 한자어의 77%가 일본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정부가 17일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文化財)’를 정체성을 앞세운 ‘국가유산(國家遺産)’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1962년 ‘문화재’를 일본에서 들여와 공식적으로 쓴 지 62년 만이다. 형식부터 내용까지 ‘개혁’하겠다는 ‘수순(手順)’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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