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詩)가 있는 아침 ] - '토막말'
정양(1942~ ) '토막말' 전문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
-
[ 시(詩)가 있는 아침 ] - '남해 금산'
이성복(1952~ ) '남해 금산' 전문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
[ 시(詩)가 있는 아침 ] - '강'
구상(1919~2004) '강' 연작 중에서 바람도 없는 강이 몹시도 설렌다 고요한 시간에 마음의 밑둥부터가 흔들려 온다 무상(無常)도 우리를 울리지만 안온(安穩)도 이렇듯 역겨운
-
[ 시(詩)가 있는 아침 ] - '추석 무렵'
김남주(1946~ ) '추석 무렵' 전문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
-
[ 시(詩)가 있는 아침 ] - '여울'
김종길(1926~ ) '여울' 전문 여울을 건넌다 풀잎에 아침이 켜드는 開學(개학)날 오르막길 여울물 한 번 몸에 닿아보지도 못한 여름을 보내고 모래밭처럼 찌던 市街(시가)를 벗어
-
[ 시(詩)가 있는 아침 ] - '밀물'
정끝별(1964~ ) '밀물' 전문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
-
[ 시(詩)가 있는 아침 ] - '수묵담채 2'
이해완(1962~ ) '수묵담채 2' 전문 쉿! 지금 귀뚜라미는 공양 중이다 사마귀가 작고 세모진 주둥이로 자신의 머리통을 야금야금 다 갉아먹도록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생에 아무
-
[ 시(詩)가 있는 아침 ] - '차령산맥'
고은(1933~) '차령산맥' 전문 먼 산들을 좋아하지 말자 먼 산에는 거짓이 많다 시인이여 이제는 먼 산들을 좋아하지 말자 우리나라의 씨짐승인 시인이여 좀 더 가까운 볏단 걷은
-
[ 시(詩)가 있는 아침 ] - '꿈꽃'
황동규(1938~ ) '꿈꽃' 전문 내 만난 꽃 중 가장 작은 꽃 냉이꽃과 벼룩이자리꽃이 이웃에 피어 서로 자기가 작다고 속삭인다. 자세히 보면 얼굴들 생글생글 이 빠진 꽃잎 하나
-
[ 시(詩)가 있는 아침 ] - '첫눈'
박용래(1925~80) '첫눈' 전문 눈이 온다 눈이 온다 담 너머 두세두세 마당가 마당개 담 너머로 컹컹 도깨비 가는지 (한숨만 참자) 낮도깨비 가는지 불볕 더위지기로 첫눈과 도
-
[책동네] 8월의 권장도서 발표 外
*** 8월의 권장도서 발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가브리엘 루아의 『세상 끝의 정원』등 ‘8월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 발표했다. 선정도서 10종은 이한상의 『황금의 나라 신라』(
-
[ 시(詩)가 있는 아침 ] - '누리장나무 잎사귀에는 낯선 길이 있다'
송수권(1940~ ) '누리장나무 잎사귀에는 낯선 길이 있다' 전문 봄날,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오면 낯선 길이 하나 있다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붙어 사는 민달팽이 한 마리 누리장나무
-
작가들은 '맨발'을 선택했다
시인 문태준(34)씨의 시 '맨발'이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가장 좋은 작품으로 선정됐다. 시인.문학평론가 115명이 추천 작업에 참여했다. 도서출판 작가는 고형렬.나희덕.
-
[문학 신간] 한국의 자전적 소설 外
◆ 한국의 자전적 소설 1.2(강경애.외광수 외 지음, 방민호 엮음, 북폴리오, 각권 9천원)=문학평론가 방민호씨가 개항 이후 식민지 시절 한국 문학의 발원지가 된 자전적 소설들을
-
송수권 시인 산문집 '아내의 맨발' 출간
최근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아내가 '잘못될' 경우 절필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시인 송수권(63)씨가 열두살 연하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과정, 간병기 등을 담담하게 밝힌 산문
-
[그리움, 단편 릴레이 편지] 시인 아내의 맨발
야간 현대시론 시간입니다. 한 학생이 송수권 시인에 대해 발표를 합니다. 백혈병 아내를 위해 쓴 시를 읽자 강의실이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침상 밖으로 흘러나온 아내의 발을 보고
-
송수권 시인 애끓는 사부곡 "백혈병 아내 죽으면 절필하겠다"
'여의도 성모병원 1205호실/1번 침대에 누워/그녀는 깊이 잠들었다/혈소판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몇개월째/마스크를 쓴 채, 남의 피로 연명하며 살아간다/…/너의 피를 먹고
-
[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복(伏)자의 새로운 해석
초복입니다. 오늘 보양음식을 찾는 사람들로 식당들이 북적거릴 것입니다. 지난해 '불여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우리 전통음식인 '보양탕'을 두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녀가 보양탕에 대
-
[시(詩)가 있는 아침]-송수권 '황태나 굴비 사려' 부분
-송수권(1940~) '황태나 굴비 사려' 부분 굴비 한 두름은 스무 마린데 북어 한 쾌도 스무 마리다 큰 것은 열 마리다. 남쪽은 보리가 익는데 조기철이고 북쪽은 눈이 내리는데
-
'모란꽃' 시인, 영랑의 자취를 느낀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서름에 잠길 테요.…(중략)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 ‘모란이 피기까
-
월드컵 경축시 11편 실어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은 7월호에 월드컵 4강 진출을 경축하는 시 11편을 특집으로 실었다. 유경환·김후란·유안진·이가림·오세영·신달자·문정희·노향림·나태주·송수권·최동호씨 등
-
마음비우고 몸마저 비운 팔순 시인 인생 찬가
나이 칠순에 신춘문예(광주일보)에 당선한 뒤 82세에 첫 시집을 펴낸 노시인. 체험에서 우러난 진솔함, 그 꾸밈없는 아름다움이 최병우(사진)씨 시의 매력이다. 이제 노시인의 마음
-
남도의 질박함 살아있는 시
여승/송수권 지음/모아드림/8천5백원 송수권 시인은 1975년 월간 『문학사상』 제1호 시인으로 문단에 나온 이래 남도의 가락과 우리말의 묘미를 살린 유장한 시로 유명하다. 이 시
-
詩가 있는 아침
오월은 도가풍이 찍어내는 사심없는 빈 배와 같다 저 보아라 시나브로 청청 하늘에 던지는 불칼 어느 강마을을 넘는지 또 마른 우뢰소리 귀청을 찢는다 -송수권(1940~ )'오동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