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수묵담채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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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해완(1962~ ) '수묵담채 2' 전문

쉿! 지금 귀뚜라미는 공양 중이다

사마귀가 작고 세모진 주둥이로 자신의 머리통을 야금야금 다 갉아먹도록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생에 아무런 미련도 없는지 아니면 이미 도통한 선승이 한분 그 몸 속에 들어앉아 있는지 몸부림 한 번 치지 않는다 귀뚜라미의 몸이 사마귀의 몸으로 변하고 있다 먹히고 먹는 순간이 참 거룩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노래가
끝난 들녘은
시방






먹이사슬에 얽힌 식사법의 거룩함이다. 마치 예수의 '최후의 만찬'과 같은 비장함이 감동적이다. 음식은 음식으로 되돌리는 티베트 정신의 초혼의식을 생각케 한다. 천장(天葬)장이가 뚝 떼어준 망자의 어깨뼈나 49제가 끝난 다음 피리를 만들어 불고 다니는 삶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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