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여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김종길(1926~ ) '여울' 전문

여울을 건넌다
풀잎에 아침이 켜드는
開學(개학)날 오르막길

여울물 한 번
몸에 닿아보지도 못한
여름을 보내고

모래밭처럼 찌던
市街(시가)를 벗어나

桔梗(길경)꽃 빛 九月(구월)의 氣流(기류)를 건너면
은피라미떼
은피라미떼처럼 반짝이는

아침 풀벌레 소리



시에서 정답은 없어도 해답은 있다. C D 루이스는 "시는 언어의 그림이다"라고 말한다. 이때 그림이란 감각을 어떻게 빚어 쉽게 전달할 것이냐에 대한 모범답으로 위의 시를 예로 들 수 있다. '길경꽃 빛 구월의 기류를 건너/은피라미떼/은피라미떼처럼 반짝이는//아침 풀벌레 소리', 이 참신한 이미지야말로 천수관음(千手觀音)의 세계다.

송수권<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