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남해 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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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성복(1952~ ) '남해 금산' 전문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리얼리티가 승하면 그 다음에 오는 것은 허무이고 자살이며, 동시에 철학이 없는 리얼리티는 인간을 한걸음도 앞서가게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혐오스러운 현실만 남고, 그 대신 큰 정신에 물줄기를 띤 에로스는 신화에서 보듯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또한 리얼리티는 몸을 제시하며, 신화는 그 몸이 투영된 꿈을 제시한다. 이는 에로스를 비추는 두개의 거울과 같다. 남해 금산에서 보여주는 '돌'의 이미지는 남근의 상징이며, 그 남근을 적시는 바위는 풍요로운 생산이다.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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