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욱 한국MSD 사장 “외국 임원도 한국 오면 봉사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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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다음달 초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정보기술(IT) 관련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 여기에 참여하는 아태 지역 임원들 일정엔 IT와 직접 관련 없는 것이 있다. 서울 천호동 명진보육원에서 반나절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국내 IT팀 직원들이 이들에게 “좋은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있으니 지역 아동센터에 봉사활동을 가지 않겠느냐”고 권해 이런 일정을 만들었다.

 머크의 한국 법인인 한국MSD직원들이 상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결국 외국 임원까지 봉사활동에 끌어들이게 됐다. 한국MSD는 올 한 해 전 직원 700명 중 388명이 봉사활동에 참가했을 정도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서울 공덕동 본사에서 만난 현동욱(48·사진) 한국MSD 사장은 “직원들이 착한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직원들이 회사를 통해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데 긍지를 갖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한국MSD 매출은 현 사장이 부임한 2008년 2850억원에서 지난해 4730억원으로 3년 만에 66% 증가했다. 현 사장은 “먹는 당뇨치료제 자누비아를 새로 들여왔는데, 직원들이 노력해 당뇨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된 게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착한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

 한국 MSD는 영업인력이 법인카드를 골프장·술집에서 쓰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현 사장은 “열심히 현장을 방문하면서 제품에 대한 과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무료 전문의학 교육 사이트인 ‘MD패컬티’를 통해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게 우리의 영업 방식”이라고 전했다.

 현 사장은 올 4월 정부가 단행한 약가 인하 제도에 대해 “미국 본사에서도 한 번에 약값의 상당 부분을 일제히 내리는 방식에 놀랐고, 업계와 파트너십을 가지면서 차근차근 내리면 충격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크다”며 “내년엔 약가 인하로 인해 타격을 받은 제약사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인력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이슈가 많이 불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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