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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패스트푸드 "I ♡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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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잘 나가던 패스트푸드 업계가 '유해성 논란'에 이은 '반미감정'으로 멈칫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미국 기업이 대부분이라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반미감정은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고객 수가 더욱 줄어드는 계기가 됐다. 촛불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한총련 등 일부 대학생.사회단체는 맥도날드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주범으로 고소를 당하는가 하면, 감자튀김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는 발표로 타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맥도날드사가 미국과 일본에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상당수 매장은 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국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당뇨병.비만 등 각종 질병의 주범으로 지목된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비가 점차 줄고 있다. 남녀노소 모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쟁업종인 패밀리 레스토랑의 잇따른 등장과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의 인기 급상승도 패스트푸드점의 고객을 잠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는 최근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이들 업체는 지속적인 매장 확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1.8%에 그쳤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매출 신장률은 2000년 34.1%, 2001년 13.8%로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점포당 매출도 10% 가량 줄었다.

각 업체는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한국인의 감성과 입맛에 호소하는 전략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맥도날드가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 기업 이미지 심기에 나섰다.

'한국맥도날드의 모든 직원은 한국인입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일부터 미국이 아닌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의 창립 15주년 기념 광고를 방영하고 있다.

미국 브랜드이지만 국내 사업자가 시스템과 자본을 도입해 만든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치버거.불고기버거 등 토속적인 한국인 입맛을 겨냥한 제품들을 1천5백원에 파는 '한국의 맛'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맥도날드의 전임직원은 모두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특성상 반미 시위 때마다 불매운동 표적 상품으로 손꼽히고 있다"며 "이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그간 한국맥도날드가 펼쳐온 현지화 노력과 사회 환원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적인 메뉴를 적극 개발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버거킹.파파이스.KFC 등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한국적 입맛 공략에 나서고 있다.

버거킹은 10일부터 각 매장에서 단팥죽을 판매한다. 파파이스도 지난해 11월부터 1백% 국산 쌀로 만든 제품인 '치킨 에튜페'를 팔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광고에서는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신제품 메뉴를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미 이슈 때마다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코카콜라도 한국 소비자를 위한 현지화 마케팅으로 대처하겠다는 전략이다.

보통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5, 6월께에 시작하는 대규모 판촉활동을 서둘러 3월로 앞당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카콜라라는 브랜드가 미국적이기는 하지만 한국 코카콜라의 임직원 가운데 미국인은 한명도 없다"며 "원액도 한국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카콜라는 이와 함께 콜라로만 인식되는 회사 이미지를 바꿔 종합음료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출시한 '봄빛 매실'등과 같은 비탄산음료 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미국계 식음료업체들은 한국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과 함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닭고기 전문 패스트푸드점인 KFC는 올해 '리얼 푸드(real food)'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샐러드 제품인 '치킨 샐러드'를 내놓아 닭고기 중심의 메뉴에 변화를 줬다. KFC는 이달 중 건강식 신제품으로 치킨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 그릴에서 구워낸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KFC 관계자는 "'제대로 된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가공된 상품 대신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는 제품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파이스는 최근 해산물을 이용한 제품군을 강화했다. 올해 첫 출시한 가재버거를 시작으로 샐러드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새로운 쌀 메뉴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반미 이슈에서 자유로운 토종 패스트푸드 업체도 일부 파장이 미칠까 경계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리아는 건강 메뉴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버거도 야채 비중을 높이고 생선살을 이용한 제품을 올 상반기 중 판매할 계획이다. 또 튀김 제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쪄서 조리하는 통감자도 내놓을 예정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2001년 광우병 파동, 2002년 발암 물질 논란 등에 이어 반미감정까지 불거져 패스트푸드 업계 전체가 악전고투 중"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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