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금융상품 가이드] 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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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중자금의 움직임을 보면 뚜렷한 방향성을 찾기 어렵다.

저금리 영향으로 7월에는 투신권으로 13조원 이상의 신규자금이 몰리고 은행권 수신증가가 주춤하는 듯 했지만 8월 들어 분위기는 또다시 달라졌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 에 따르면 은행 예금은 이 기간 중 7조5천억원이 늘어 7월 중 수신 증가액(4조6천억원)을 훨씬 웃돌았다. 반면 투신권 수신은 7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조4천억원이 느는데 그쳤다.

저금리 추세를 견디지 못하고 은행권을 이탈했던 자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 일부 기업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은행으로 몰린 것이다.

은행권에서 올 10월 이후 연말까지 10조원대의 비과세 신탁.저축이 한꺼번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들 자금의 향방도 금융권의 주요한 변수다.

이처럼 돈이 갈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어떤 금융상품을 고르는 게 좋을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인 만큼 너무 단기 투자에만 의존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하나은행 김성엽 재테크팀장은 "지금보다 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는데 고객들이 장기 금융상품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다" 며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에서 단기상품 비중을 낮추고 장기상품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고 조언했다.

金팀장은 "안전자산인 은행 정기예금을 기본으로 하면서 투자자산의 일부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분산투자해야 저금리에 따른 투자수익 감소를 막을 수 있다" 고 말했다. 물론 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상품도 고려할 만하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올해부터 시행됨에 따라 내년 5월 처음으로 신고기한이 돌아온다. 부부합산으로 배당.이자소득이 4천만원이 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이들은 올 하반기 재테크 전략을 다시 한번 검토해 분리과세형 신탁상품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투신권과 일부 은행이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신탁을 대대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몇몇 은행은 이 상품을 아예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팔기에는 너무 위험도가 크다" 고 얘기한다. 고위험 실적배당형 상품을 팔다보면 투자원금이 까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은행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은행권 상품은 2금융권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확정금리형 상품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또 다른 금융권 상품에 비해 비과세.세금우대 상품이 다양하다는 것도 은행상품의 강점이다. 대표적인 은행상품인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5%대다.

국민.주택은행과 농협의 금리가 최고 연 5.4%로 약간 낮은 편이며, 제일.조흥.평화은행 등은 다른 은행보다 이자를 더 주고 있다.

요즘 은행들은 중도해지 때 이자를 손해보거나 입출금이 제한적이라는 정기예금의 가장 큰 단점을 보완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2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국민슈퍼정기예금' 은 고객이 가입기간.이자수령일 등을 직접 정할 수 있고, 수시로 여유자금을 추가로 입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기예금 같지 않은 정기예금' 이다.

신한은행의 프리미엄 실속정기예금이나 조흥은행의 CHB옵션정기예금, 서울은행의 새천년 정기예금 등은 상품구조는 약간 다르지만 중도해지 때 이자 손해를 줄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은행들은 실적배당형 상품에서도 안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외환은행의 세이프알파 신노후생활연금신탁(안정형)은 원본보장 상품으로 안전한 자산운용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연 10%대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리고 있어 화제다.

이 상품 1~4호는 모두 2천2백12억원 어치가 팔렸는데 판매 당일에 한도가 소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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