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원은 … 측근 “문재인 하기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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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연 도울까, 말까. 돕더라도 어느 정도의 강도일까. 23일 전격 대통령 후보 사퇴를 선언한 안철수씨의 향후 선택에 따라 야권은 또 한번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안씨의 퇴장 이후 SNS에선 “‘문재인의 운명’은 ‘안철수의 생각’에 달렸다”는 문구가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이 각각 선거를 앞두고 낸 책 이름을 빗대 문 후보의 대선 승리에 안씨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안씨는 23일 사퇴 회견에서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일단 야권의 일원이란 신분은 바꾸지 않은 셈이다. 그러면서도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전면에 나서진 않겠다는 뜻일 수 있다. 그의 전격 퇴진으로 안씨 지지층 중 상당수는 흩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앞으로 다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야권에선 계속 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안씨 캠프에서 국민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안 후보가 어떻게 할지 마음을 정하면 다시 이야기하러 나오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문 후보를 돕고 나설지, 최소한의 지원에만 그칠지 현재로선 예상하기 어렵다는 뉘앙스다.

 안씨의 한 핵심 측근은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에 어떻게 관여하는가 여부는 앞으로 문 후보 측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지금은 모든 게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 사퇴 과정에서 (문 후보 측에) 앙금이 남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앙금’의 이유로 TV토론에서 문 후보의 공격적인 언사, ‘맏형론’을 앞세우며 압박하다 실제 협상과정에선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안씨의 조광희 전 비서실장도 트위터에 “안 후보는 (사퇴)기자회견장으로 가기 직전 참모들에게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안씨 주변에선 “문 후보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한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당분간 잠행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안씨가 박원순 후보를 도왔던 방식이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원했을 때를 견줘봐도 그렇다. 안씨는 서울시장 선거기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선거 사흘 전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편지를 써서 박 후보 지원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후보 또한 전국을 돌며 이 후보 지지를 요청하긴 했지만, 이 후보와의 공동 유세는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소극적으로 문 후보를 지원할 경우 그의 차기 행보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퇴 선언 다음 날일 24일 수행원 없이 지방에 내려간 안씨도 이런 점을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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