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새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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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호 04면

한 3년 전부터 집에서 햄스터를 한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이름이 햄토리입니다. 쳇바퀴 안에 들어가는 것보다 바닥에 누워 네 발로 쳇바퀴를 돌리는 것을 더 좋아하고, ‘타잔’에 나오는 치타처럼 천장 철조망에 거꾸로 매달려 옮겨다니는 ‘신공’을 지닌 녀석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아픕니다. 왼쪽 귀 뒤에 종기 같은 것이 크게 났습니다. 동물병원에도 데려갔다는데, 의사 선생님은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했다더라고요.
며칠 고민하던 둘째 아이가 저금통을 톡톡 털었습니다. 제법 비싼 장난감을 사겠다고 틈틈이 모아둔 돈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봐둔 햄스터 집을 신청해 달라고 했습니다. 무려 4층에 쳇바퀴도 2개나 달려 있는 ‘호화 맨션’이었습니다.

“이걸 꼭 사야겠니?” “네.” “왜?”
“햄토리가 죽기 전에 좋은 집에서 한번 살아보게 해주고 싶어요.”

새집이 왔습니다. 먹이도 층층마다 듬뿍 주고 바닥도 새로 깔아주었습니다. 햄토리는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더니 펜트하우스 전망 좋은 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이번 주 도착한 신간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의 표지를 보니 “먹지 않아서 죽는 게 아니라 생명이 다해서 먹지 않는 것이다”라는 일본 의사의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기보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겠죠. 다행스럽게도 햄토리는 오물오물 잘 먹고 있습니다. 아무렴요, 새집까지 생겼는데 오래오래 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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