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 있는 가수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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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순위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KBS가 폐지를 결정한 데 이어 MBC는 운영 방식에 손질을 가했다.

립싱크를 허용하지 않고, 순위 결정을 외부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전적으로 맡겼다. 직접적으로는 연예제작자협회와의 갈등을 계기로 내려진 조치지만 폐지 요구 여론을 나름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MBC가 운영 방식 개선 이후 처음 내보낸 지난 1일 '생방송 음악캠프' 는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 역시 가창력=가수에게 중요한 것은 역시 가창력이라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돋보인 가수들은 신곡 '기다리는 이유' 를 부른 임창정과 데뷔곡 '지금인가요' 를 선보인 신인 여가수 조이락 등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었다.

입만 벙긋거리는 립싱크 환경에서는 춤 잘 추고 외모가 훌륭한 가수가 두드러지지만, 숨소리까지 들리는 라이브를 하면 노래 잘 하는 가수들이 돋보이는 게 당연하다.

◇ 댄스 그룹도 가능성 보여=사실 춤을 춰야 하는 댄스 가수들은 발라드 가수에 비해 라이브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과감히 라이브에 도전한 디바와 쿨은 댄스 그룹도 얼마든지 라이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디바는 춤과 노래를 훌륭히 소화해 냈다. 반면 일부 신인급 가수들은 수준 이하의 실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 반주도 라이브로 해야=가수들이 노래는 직접했지만 반주는 녹음된 것을 사용했다. 생생한 라이브 무대를 위해서는 반주도 직접 연주를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방송사의 기술적인 개발과 지원이 필수다.

◇ 립싱크 제한 확대해야=MBC가 립싱크 제한을 지속할지 의심스럽다. 이날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KBS2 TV의 일반 가요프로그램 '뮤직플러스' 는 여전히 립싱크를 사용했다.

브라운관을 통해 보면, 립싱크를 하며 역동적으로 춤추는 그룹들이 자연스럽고 뛰어나 보이는 게 사실이다. 또 대다수 댄스 그룹은 라이브 역량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일부 인기 댄스 그룹은 망신을 우려해 MBC '생방송 음악캠프' 출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도가 굳어질 경우 MBC는 시청률 경쟁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MBC가 이를 계속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MBC 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 전부가 가요.오락프로그램에서 립싱크를 제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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