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통 큰 형님 운운하며 안철수 궁지로 몰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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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진작부터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측은 조직력에서 앞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또 그런 상황이 와야 박 후보에게 더 유리하다고 봤다. 박 후보가 중도층을 흡수하려면 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상대하는 것보다 정파적 이미지가 강한 문 후보와 대결하는 게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안 후보가 23일 저녁 ‘자진사퇴’라는 예상 외의 방식으로 문 후보의 손을 들어 주자 새누리당은 긴장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지지층이 문 후보 쪽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선거전략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아마추어인 안 후보가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불쏘시개가 되리라는 건 예고된 결론이었다”며 “문 후보가 TV토론에서 안 후보를 몰아붙여 얻어 낸 강요된 사퇴이기 때문에 실망한 안 후보 지지층 이탈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형환 대변인도 “문 후보는 그동안 ‘통 큰 형님’ 운운하면서도 협상에선 유불리를 따지며 안 후보를 궁지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백기승 공보위원은 “안 후보가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한꺼번에 소멸시킨 것은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문·안 후보 간의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박근혜 캠프에선 대체로 그동안 단일화 협상 과정이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안 후보 사퇴에 따른 단일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 후보가 살신성인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잡음들을 일소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새누리당으로선 예측불허의 상황이라는 게 당내 신중론자들의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앞으로 문 후보를 향해 대대적인 반노(反盧)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의 책임론을 집중 제기한다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는 결국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아직 대다수 국민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박 후보가 유리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김무성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정을 감추기 위해 자살했다”고 한 것도 실언이 아니라 반노 정서를 유발하려는 계산된 발언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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