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영혼이 있다면 어떻게 증명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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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엘도라도
520쪽, 1만6800원

세금과 죽음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고 한다. 한데 세금과 달리 우리는 평소 죽음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 책은 죽음에 관한 태도를 철학적으로 궁구한 책이다. 즉, 죽음을 주제로 한 철학개론이다. 삶이 끝난 후에도 삶은 계속되는가, 영혼은 존재하는가 등의 형이상학적 문제는 물론 영원한 삶은 좋은 것인가, 자살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인가 등 가치의 문제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 예일대 철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죽음의 본질에 관한 일반적인 견해가 대부분 허구라고 주장한다. 영혼이라는 것도 없고, 영생(永生)이란 절대 좋은 것이 아니며, 자살도 이성적·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철학 이론을 동원해 논증한다.

 영혼의 존재에 대한 설명을 보자. 통념과 달리 지은이는 영혼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한다. 영혼은 관찰할 수 없으므로 다른 방법으로 따져야 한다며 ‘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inference to the best explanation)’이란 논증을 시도한다. 이는 여러 가지 설명들 중 최고의 설명을 제시할 수 있을 때 그 가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우선 비물질적인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이원론과 인간은 육체에 불과하다는 물질주의 사이의 대립을 소개한다. 이원론자들은 자유의지를 지녔기 때문에 인간은 영혼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자유의지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지은이에 따르면 “인간은 물리적 존재이며 결정론의 지배를 받는다”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목표물이 방향을 바꾸면 탄도를 자동 수정하는 열추적 미사일이나 체스게임을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인간처럼 합목적적으로 작동하지만 영혼이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든다.

 지은이는 물리주의도 아직까지 의식의 존재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이원론과 물리주의는 무승부라면서도 ‘영혼’은 사후의 삶을 상정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란 쪽에 기운다.

 지은이 말처럼 책은 술술 읽어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죽음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궁리함으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기에 도전해 볼 만하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란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 공감이 간다면….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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