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검사, 43세 女피의자와 집무실서…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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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현직 검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의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밝혀져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감찰에 착수했다.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9억원대 뇌물수수 사건에 이어 현직 검사의 성추문까지 벌어지면서 검찰은 충격에 빠졌다.

 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은 22일 “서울동부지검에 근무 중인 실무수습 검사에 대해 감찰 중”이라며 “지난 20일 사건 관계인 변호인으로부터 이의 제기가 있어 해당 검찰청이 자체적으로 진상을 확인한 뒤 대검에 감찰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A(30) 검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상습절도혐의 피의자 B(43·여)씨와 유사성행위를 가졌다. B씨는 백화점에서 15차례에 걸쳐 옷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3일 뒤 인근 모텔에서 성관계도 가졌다. B씨 측 변호인은 “의뢰인이 검사 조사 과정에서 성적인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한다”며 검찰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로스쿨 1기 출신인 A검사는 지난 3월 검사로 임용됐다.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으로 동부지검에서 직무대리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B씨 사건의 담당검사였으며 검사 직무대리여서 상관 결재가 있으면 자신의 이름으로 공소제기도 가능하다.

 A검사와 B씨는 성추문과 관련해 형사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감찰본부는 A검사가 ▶사건처리 등 대가로 성관계를 맺었거나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었을 가능성 등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A검사는 “대가성은 없었고 합의하에 관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 사건 관련 의혹과 서울동부지검 지휘부의 감독 소홀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A검사의 검사 직무대리직을 박탈하고 23일 법무연수원으로 복귀시켰다.

 잇단 현직 검사의 추문으로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한상대 검찰총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검사 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환골탈태의 자세로 전면적이고 강력한 감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직후여서 충격은 더 컸다. 한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검찰 조직이 커지다 보니 예전에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체 정화 노력만으로 비슷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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