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몰래 감상한 '1인 미술관' 알고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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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금 수십억원으로 미술작품을 구입해 교내 건물에 전시해 놓고는 학생·교직원에게 공개하지 않고 혼자서만 감상해온 전문대학 총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2일 순천제일대 성동제(63) 총장과 교직원 등 4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성 총장은 공모(70) 행정지원처장 등과 함께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유명 화가의 작품 270여 점 65억원어치를 학교 교비로 사들였다. 평소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던 성 총장은 전국을 돌며 고가의 미술작품을 물색한 뒤 직원들을 시켜 매입했다. 성 총장은 구입한 작품을 학교 내 미술관에 전시했지만, 외부인은 물론 학생, 교직원에게도 개방하지 않고 혼자서만 감상했다. 검찰 관계자는 “창고를 개조해서 미술관 간판을 걸어두긴 했지만 사실상 총장 혼자를 위한 ‘1인 미술관’이었다”고 말했다.

 성 총장 등은 또 교비로 구입한 미술품 가운데 일부를 매입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한 뒤 차액 3억원을 학교법인 계정으로 기부처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성 총장은 검찰에서 “미술품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 목적으로 구입했으며 학교에서 보관하는 동안 가끔 감상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천세 순천지청 차장은 “ 교비를 학교 교육과 상관없이 사적인 취미생활을 위해 쓴 행위는 횡령 혐의가 성립한다”며 “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에서 총 등록금 140억원 중 10억원가량을 매년 미술품을 사들이는 데 쓰는 바람에 학생들이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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