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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못한 LG화학 美공장, 그곳서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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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전 문지동 LG화학 기술연구원에 전시되어 있는 전기차 배터리 축소 모형.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LG화학을 비롯한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포토]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부진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하이브리드카가 잘 팔리지 않아서다. 값이 비싼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쳐 전기차 수요가 예상에 훨씬 못 미치게 되자 그 불똥이 배터리 업체로 튄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 있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미국 정부의 감사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은 이 공장이 가동되지 않아 세금만 낭비했다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현지 방송인 우드TV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가 최근 LG화학 공장에 대한 회계감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사는 “출근하면 청소를 하거나 구내식당에 앉아서 공부를 한다. 하루 종일 보드게임이나 스도쿠를 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다”는 직원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납세자가 낸 세금이 헛되이 쓰였다”고 보도했다.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제정된 경기부양법에 근거해 미 에너지부가 공장 건설 등에 1억5100만 달러(약 1600억원)를 지원했는데, 공장이 가동되지 않고 정작 일자리도 늘지 않자 비판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GM 전기차 ‘볼트’가 잘 팔리지 않아서다. 2010년 7월 착공된 이 공장은 올 6월 완공된 뒤 GM에 배터리를 납품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볼트’ 판매가 예상외로 부진해 공장은 가동을 못했다. GM은 올해 ‘볼트’를 5만 대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지난달까지 1만9000대 판매에 그쳤다. LG화학은 현재 충북 오창 공장에서 만든 잉여 물량을 GM에 납품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시장 수요가 회복되면 언제든지 공장을 돌릴 수 있게 라인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는 12월 중순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기아 전기차 ‘레이’에 배터리를 주로 공급해 왔는데, 주요 고객인 정부기관이 비싼 차 값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 진행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올 들어 2014년까지 전기차 3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1만 대로 줄였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의원(민주통합당)은 “서울시가 올해 104억원을 들여 385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기로 했으나 현재 운영 대수는 53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국 배터리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초 ‘에너원’이라는 회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데 이어 최근 규모가 더 큰 A123시스템도 델라웨어주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A123시스템은 오바마 정부가 2억 달러가 넘는 공장 건설비를 지원한 업체로, 2007년 이후 9억 달러 손실을 냈다.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까닭은 비싼 가격 때문이다. 높은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값을 올린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차량 판매가 늘어야 대량 생산에 따라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고 이로 인해 차 값이 떨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텐데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같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는 비싼 전기차 수요를 더 위축시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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