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우유', 우유시장서 최장수 인기 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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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우유시장에서 가장 오랫 동안 인기를 끌어온 제품은 빙그레의 '바나나우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3일 빙그레와 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74년 6월부터 본격 출시된 '바나나우유'는 연간 1억6천여만개의 판매실적에, 단일브랜드로는 유일하게 20%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최장수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독특한 용기(容器) 모양 때문에 시판 초기 '수류탄우유'나 '항아리우유'로 불리기도 한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무엇보다 '흰우유'가 우유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해온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데다, 특히 먹거리가 귀하던 당시만 해도 귀한 과일로 취급되던 바나나를 이 제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빙그레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제품의 인기도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던 지난 80년대 후반부터는 곤두박질, 한때 회사측을 긴장시켰다.

값싼 해외 농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바나나에 대한 희귀성이 없어진데다 경쟁업체들이 각양각색의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 그동안 '바나나우유'가 차지해온 틈새시장을 크게 잠식했기 때문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빙그레측은 우선 용기 모양에 변화를 꾀했다. 단지 모양의 기존의 용기와 함께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사용한 폴리에틸렌(PE)용기를 사용한 2종류의 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기존의 용기에 담긴 제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빙그레측은 이후 이 제품의 생산과 판촉에 주력했다.

다른 한편으로 빙그레측은 이 제품이 청소년과 청년층의 연인들 사이에 '사랑의 메신저'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 기차여행 등 다양한 판촉행사를 선보였다.

특히 올들어 지난 5월과 8월말 두차례에 걸쳐 인터넷을 통해 신청자를 접수받아 당첨자에게 무료여행 기회를 제공한 '바나나우유 사랑의 기차여행' 행사에는 각각 30만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려들어 한때 회사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빙그레의 정수용 사장은 "출시된 제품 가운데 95% 가량이 불과 1∼2년 내에 사라지는 식품시장에서 '바나나우유'의 장수는 분명히 이변으로 평가된다"면서 "연간600억원대의 판매실적을 거두는 이 제품이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기 위해 품질개선등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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