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당신은 몇 편 보셨나요? '세계 10대 영화' 발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이충형 기자

영국영화협회(BFI)가 발행하는 영화 전문지 ‘사이트&사운드’는 1952년부터 10년마다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영화’ 10편을 발표해 왔다. 지난 8월 일곱 번째 순위 발표가 있었다. 전 세계 2045편의 영화를 대상으로 각국 비평가 846명과 영화감독 358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비평가와 감독이 각각 선정한 10대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공인된 고전들이다.

●현기증 (미국 / 비평가 1위·감독 8위)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봉 당시 설득력 떨어지는 스토리와 약한 반전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스릴러의 아버지’ 앨프리드 히치콕의 최고 걸작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195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고소공포증을 앓는 탐정 스카티(제임스 스튜어트)가 친구의 아내(킴 노박)를 미행하며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음산하고 초자연적인 잿빛 배경 속에서 줌인과 트랙백을 사용해 주인공의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브라이언 드팔머의 ‘옵세션’ 등 수많은 아류작을 낳았다.

●시민 케인 (미국 / 비평가 2위·감독 3위)

1962년부터 2002년까지 다섯 차례나 1위(비평가 선정)를 지켜 왔던 위대한 영화. 24세의 천재 오손 웰스가 할리우드 자본의 무제한적인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하지만 주인공 케인(오손 웰스)의 실제 모델인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방해공작 등으로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고 ‘저주받은 걸작’이 됐다. 케인의 죽음 이후 주변인들이 밝히는 각기 다른 모습의 그의 삶은 요즘 영화에서 볼 법한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낸다. 전경과 중간, 배경이 동시에 초점에 들어오는 딥 포커스 기법의 강렬함은 현재도 유효하다.

●도쿄 이야기 (일본 / 비평가 3위·감독 1위)

전후 경제 성장기 일본의 지방에 사는 노부모가 죽기 전 자식들이 사는 모습을 볼 요량으로 난생 처음 도쿄로 향한다. 분가한 딸과 며느리 집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일상적인 내용이 별다른 클라이맥스 없이 놀랍도록 차분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대사 한마디마다 느껴지는 일상의 무게감과 철학이 관객을 정화시킨다. 거의 모든 장면이 바닥에서 60㎝ 높이의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돼(이른바 ‘다다미 쇼트’) 관객은 등장인물들과 함께 자리한 것처럼 느낀다.

●게임의 규칙 (프랑스 / 비평가 4위)

호화로운 저택 라 콜리니에르를 배경으로 주인 로베르(마르셀 달리오)를 둘러싼 귀족들, 또 그 하인들 간에 벌어지는 얽히고 설킨 로맨스들을 통해 프랑스 부르주아들의 위선과 타락을 비꼬고 있다. 복잡하고 연극적인 느낌의 미장센(화면 구성)과 배우들의 활발한 연기 등으로 평론가들로부터 현대 영화의 선구적 작품으로 꼽혀 왔다.

●일출 (미국 / 비평가 5위)

한 시골 부부의 삶이 도시에서 온 매력적인 여성에 의해 파괴되는, 얼핏 판에 박힐 수 있는 멜로드라마에 넘실대는 감성을 불어넣었다. 흡혈귀 영화 ‘노스페라투’를 만든 독일 출신 감독 F W 무르나우는 독일식 ‘표현주의’를 선보이며 한 편의 그림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다중노출 촬영 등 여러 획기적인 기법을 활용, 무성영화임에도 배우들의 감정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했다. 제 1회 아카데미(29년)에서 ‘독특하고 예술적인 영화상’을 받았다.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미국 / 비평가 6위·감독 2위)

먼 옛날, 외계에서 온 거석 하나가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하는 촉매 구실을 한다. 시간은 우주 시대가 도래한 2001년으로 넘어가고 외계에서 다시 거석과 대면한 한 인간은 시·공을 초월해 새로운 존재가 된다. 영화는 과도한 추상으로 넘쳐흐르고 관객은 갈수록 혼란에 빠진다. 인간의 조상이 뼈를 하늘 높이 집어던지는 장면,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등 영화를 감싸는 선율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수색자 (미국 / 비평가 7위)

인종주의에 사로잡힌 백인 영웅 에단(존 웨인)을 통해 인종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1950년대 서부 서사시. 동생 부부를 살해하고 조카딸을 납치해 간 코만치 족 추장을 추적하며 보내는 5년의 기록이다. 서부극의 대부 존 포드가 ‘악(인디언)을 응징하는 선(백인)’으로 시작한 서부극의 역사를 재정리하고 반성한 작품. 사막과 초원의 압도적 풍광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다.

●무비 카메라를 든 사나이 (소련 / 비평가 8위)

감독 지가 베르토프는 혁명의 도구로 영화를 생각했고 러시아 내전 당시 붉은 군대가 싸우는 모습을 영화로 기록하기도 했다. 그에게 진정 가치있는 영화는 다큐멘터리이고 카메라 렌즈는 진실을 완벽하게 담는 눈이다. 이 영화는 모스크바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의 탄생과 결혼식, 노동의 즐거움과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을 ‘눈’에 담아 이들이 진정한 ‘무비 스타’라고 말하고 있다.

●잔다르크의 수난 (프랑스 / 비평가 9위)

백년전쟁의 영웅 잔다르크가 영국군에 잡힌 뒤 재판받고 사형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거의 내내 잔다르크의 얼굴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무성영화임에도 그의 고뇌하고 눈물짓고 고통스러워하는 표정만으로도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클로즈업이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기법인지를 후대에 가르친 영화.

●8과 2분의 1 (이탈리아 / 비평가 10위·감독 4위)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감독의 고뇌와 작품을 창조해야 하는 예술가의 고뇌, 여자를 상대해야 하는 남자의 고뇌와 삶과 죽음 앞에 서야 하는 한 인간의 고뇌에 관한 이야기. 현실과 꿈, 유머와 공포가 불안하게 뒤엉킨다. 흑백영화임에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이미지들과 비현실적이고 기하학적인 프레임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택시 드라이버 (미국 / 감독 5위)

불면증에 시달리는 야간 택시 운전사 트래비스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선거 운동원을 꼬시려 하지만 실패한다. 이번엔 사회를 파괴하려 대통령 후보 암살을 기도하지만 또 실패한다. 마침내 어린 창녀를 구원하기 위해 ‘매그넘 44’를 들고 매음굴로 뛰어드는 우리의 영웅, 쓰레기로 가득 찬 도시 뉴욕을 깨끗이 씻어 내릴 수 있을 것인가. 로버트 드니로의 첫 주연작이자 14세의 조디 포스터가 창녀로 등장한다.

●지옥의 묵시록 (미국 / 감독 6위)

베트남전 당시 윌러드 대위(마틴 신)는 군을 이탈해 캄보디아로 사라진 커츠 대령(말런 브랜도)을 죽이라는 임무를 받는다. 그가 거쳐가는 베트남 전장은 이성을 상실한 광기들로 넘쳐난다. 마침내 도달한 커츠의 왕국, 윌러드는 무엇이 악인지 무엇이 광기인지에 대한 물음에 직면한다. 전쟁광 킬고어 대령이 바그너의 ‘발키리의 비행’을 울리며 공중에서 ‘죽음을 투하하는’ 장면 등이 압권이다.

●대부 (미국 / 감독 7위)

처음에 등장하는 결혼식 장면은 이 영화가 갱이 아닌 가족에 대해 얘기하려 함을 보여준다. 평범한 삶을 살려던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 총을 빼든다. 손에 피를 묻힌 이후 운명적으로 악의 영역에 있는 또 다른 ‘패밀리’에 빠져든다. 침대에 놓인 말 머리, 소니의 피살 장면, 세례식과 동시에 진행되는 복수 장면 등은 수많은 아류를 남겼다.

●거울 (소련 / 감독 9위)

어머니와 아들, 두 세대가 거울처럼 반영되고 ‘영상 철학자’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자신을 거울처럼 반영한 자화상이기도 한 영화. ‘거울’은 하나의 콜라주다. 여러 나라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필름과 바흐, 페르골레시, 퍼셀 등의 음악이 일관성 없게 뒤섞이면서 과거와 현재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몽환적이고 은밀한 분위기 속에 한편의 시 같은 영상이 흐른다.

●자전거 도둑 (이탈리아 / 감독 10위)

전후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품. 영화 포스터 붙이는 일을 하는 안토니오(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아내가 이불을 전당포에 맡기고 찾아온 자전거를 도둑맞자 아들과 로마 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찾아다닌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을 연상케 하는 사실주의의 차가움을 보여준다. 순수 아마추어 배우들의 연기가 그 느낌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독자와 함께 만듭니다 뉴스클립은 시사뉴스를 바탕으로 만드는 지식 창고이자 상식 백과사전입니다. 뉴스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e-메일로 알려주십시오. 뉴스클립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 모아 두었습니다. www.joongang.co.kr 에서 뉴스클립을 누르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