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패 검사 키운 수사 시스템 뜯어고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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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직 검사가 내사·수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비리를 파헤쳐야 할 검사가 수사·기소권을 이용해 뒷돈을 받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에 드러난 부패 양상은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그제 구속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보면 비리 백화점에 가깝다. 김 검사는 2008~2010년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에서 8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 국가정보원 직원 부인에게서 고소사건 무마 대가로 8000만원을, KTF 임원에게서 여행 경비 2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차명계좌까지 운용하고 1억원 수표도 서슴지 않고 받았다니 수사를 이권사업처럼 여겼다는, 씁쓸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2010년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지난해 ‘벤츠 여검사’에 이은 이번 사건으로 사정기관으로서의 검찰 위상은 떨어질 데까지 떨어졌다.

 검사들의 비위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검찰 조직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국민께 마음 깊이 사죄 드린다”고 했지만 그 정도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부패 검사를 키우는 토양부터 갈아엎어야 한다. 김 검사는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재직 시절 유진그룹에 대한 내사를 덮어주는 대가로 5억9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수사 개시(입건) 전에 벌이는 내사가 비리의 주된 통로가 된 것이다. 그간 검찰은 상당수 사건에서 실질적인 수사 활동을 내사로 취급해온 게 사실이다. 이 사각지대를 이용해 피내사자와 참고인 등을 압박하거나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내사 종결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검찰은 내사·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사전·사후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검찰 조직 전체가 불신받게 된 상황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한 총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는 특단의 각오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검사들의 스캔들 행렬을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