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미리보는 NL 사이영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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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팀들이 지구선두와 와일드카드를 목표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만큼, 투수들 역시 사이영 상을 위해 엄청난 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30경기 정도 남은 현재의 판도와 최후의 승자는 과연 어떤 선수가 될 것인지 미리 예상해 본다.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에 비해, 대결구도의 윤곽이 뚜렷히 드러나는 편이다. 특급 에이스로 평가 받고 있는 랜디 존슨, 커트 실링, 그렉 매덕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케빈 브라운이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이탈하며, 사이영 상 후보에서 멀어진 것. 그 이외에 존 리버, 매트 모리스의 선전도 눈에 띄는 점이다.

1.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사이영 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 중의 한 명이 바로 랜디 존슨이다. 2미터가 넘는 신장에서 내리 꽂는 그의 위력적인 투구는 타자들에게는 '한숨'만 나오게 하는 수단이 되어버렸고, 현재 양리그 통틀어 유일하게 30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이와 동시에 4년 연속 300탈삼진이라는 금자탑까지 쌓게 되었다.

존슨은 작년 시즌에도 전반기에만 14승 2패, 1.80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사이영 상이 유력했지만, 후반기에는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하며 5승 5패, 3.81의 방어율로 전반기 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전반기의 뛰어난 활약으로 사이영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즌 초, 존슨의 후반기의 부진에 대해 걱정하던 애리조나의 코칭 스태프는 이제 그 걱정을 깨끗이 덜어버렸다. 오히려, 후반기에 더욱 위력적인 투구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 방어율이 1.82라는 점은 불혹을 바라보는 그가 아직도 위력적인 투수라는 점을 실감케 해주고 있다. 최근 페이스로만 본다면, 그의 4번째 사이영 상 수상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할 수 있다.

2. 커트 실링(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한 팀의 원-투 펀치가 가장 유력한 사이영 상 후보라면?

정말 흥미로운 얘기이다. 한 팀에서 사이영 상을 위해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그 동안 케빈 브라운과 박찬호 선수의 사이영 상 경쟁을 예상했었던 많은 팬들에게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그 선수가 커트 실링이라면 이런 요소는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올 시즌 최고의 해를 맞이하고 있다. 18승을 거두며 이전까지 자신의 최다승이었던 17승을 경신했고, 방어율도 2.98로 존슨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또한, 파워피쳐임에도 불구하고, 211.1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33개만의 볼넷을 허용해, 매덕스 부럽지 않은 제구력까지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랜디 존슨과 사이영 상 경쟁 뿐만 아니라 진정한 닥터-K의 경쟁까지 펼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존슨이 312개로 독주 태세를 펼치고 있지만, 실링 역시 234개로 2위에 랭크되어 있다. 97, 98시즌에 이어 통산 3번째 300탈삼진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3. 그렉 매덕스(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컨트롤의 마법사' 그렉 매덕스 역시 자신의 5번째 사이영 상 수상에 도전하고 있다. 탐 글래빈, 케빈 밀우드가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 버켓과 함께 안정된 투구로 팀의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얼마전에는 크리스티 매튜슨과 랜디 존스가 세웠던 68이닝 무볼넷 기록을 경신하며, 그가 왜 컨트롤의 마법사라는 별명이 생기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결국, 72.1이닝에서 기록 행진은 멈춰지게 되었지만, 매덕스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점은 그의 사이영 상 수상에 플러스 요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사이영 상 선정의 척도인 승수에는 17승으로 만족할 수 있지만, 방어율과 탈삼진 부문에서는 랜디 존슨과 많은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결국, 매덕스는 자신의 뛰어난 수비와 앞서 언급했던 내셔널리그 무볼넷 신기록이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잔여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투구 내용에 따라 그의 수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수도, 낮아질수도 있는 상황이다.

4. 존 리버(시카고 컵스)

시카고의 에이스로 성장한 존 리버는 이제 사이영 상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네임벨류가 수직 상승했다. 리버는 99시즌과 2000시즌에도 제 몫을 꾸준히 했을 정도로 예전부터 컵스의 코칭 스태프들에게 많은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그가 더욱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이제는 팀에 믿음직한 투수가 되고 있다.

리버는 작년 시즌 251이닝을 투구할 정도로 스테미너가 뛰어난 선수이다. 올 시즌에도 팀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고, 5회의 완투까지 기록하고 있어 존슨이나 실링 못지 않은 완투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29개를 기록하고 있는 그의 볼넷은 매덕스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사이영 상 수상 자체의 가능성은 존슨, 실링, 매덕스 보다 낮은게 사실이지만, 올 시즌 사이영 상 후보에 그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 매트 모리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작년 시즌 대럴 카일이 20승을 거두며 사이영 상을 노렸다면, 올 시즌에는 모리스가 카일의 바통을 받아 20승과 함께 사이영 상을 노리고 있다.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 구속이 1~2마일 증가한다는 얘기처럼 98시즌 보다 더욱 업그레이드 된 공으로 타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올 시즌 모리스가 사이영 상을 수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몇 년 후에는 사이영 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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