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줍기 노리는 새누리 “문재인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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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이 19일부터 야권 단일후보로 ‘문재인’을 지목하고 나섰다. 단일화 승부를 앞둔 문·안 두 후보 진영에 대한 일종의 ‘교란책’이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야권 단일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로 정해지는 수순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 협상이 중단되기 전에)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정치조작·구태정치 전문가인 친노(親盧)의 덫에 걸린 것을 알고 몽니를 부릴 것이고 문 후보는 통 큰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었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새누리당 선대위 인사들도 안 후보를 난타했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안 후보는 이 나라의 미래를 진정 위한다면 용퇴해야 한다”고 했고, 심재철 선대위 부위원장은 “안 후보는 현재 혼자서 절반쯤 타버린 불쏘시개가 되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야유했다.

 김 본부장의 이 같은 언급은 박 후보로선 문 후보가 더 쉬운 상대라는 메시지를 던져 야권 지지층을 혼란시키는 한편 안 후보 지지층의 이탈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문 후보보다 안 후보 지지층에서 단일화 이후 이탈할 유권자가 많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6~17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11차)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중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박근혜 후보를 찍겠다는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23.5%, 문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중 안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박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14.3%였다.

 캠프 관계자도 “어차피 51 대 49의 팽팽한 대결에선 문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 문 후보 쪽으로 이동하지 않는 안 후보 지지층 이탈을 극대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단일화 대응 전략일 것”이라며 “‘준비된 여성 대통령론’으로 야권의 이탈표를 최대한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란 새누리당 주장에 대해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일종의 역선택”이라며 “안 후보를 더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 후보는 지지층 이탈 문제에 대해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사례를 보더라도 일부 지지층이 이탈하긴 하겠지만 새로 유입되는 지지층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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