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낙동강 보 핑퐁게임 … 공동조사로 해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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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낙동강 보(洑)의 안전성 문제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와 야당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면, 정부는 “안전하다”며 핑퐁한다. 19일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민주통합당 4대강사업조사특별위원회와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회의실에 ‘낙동강 보 붕괴 시작’이란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자회견을 했다. 보 붕괴가 우려될 정도로 칠곡보의 물받이공이 심하게 훼손됐다는 주장이었다. 칠곡보 수중에서 12일 촬영했다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칠곡보 물받이공 아래 모래가 쓸려나가 물받이공이 허공에 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모래층이 사라지면서 강물이 보 아래로 새는 파이핑(piping) 현상이 발생해 보가 서서히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물받이공은 수문에서 나오는 물의 힘을 줄여 보를 보호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그러자 국토해양부가 즉각 반박했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이었다. 부산국토관리청 박성출 낙동강태스크포스팀장은 “칠곡보는 모래를 완전히 걷어낸 뒤 암반 위에 설치했기 때문에 파이핑 현상이 나타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13일 잠수부를 투입해 조사해 보니 하류 바닥보호공(강 바닥 세굴방지용 구조물)에 틈새가 생겼을 뿐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와 환경단체는 그간 여러 차례 ‘보 싸움’을 했다. 환경단체는 태풍 산바가 지나간 직후인 9월에도 합천 창녕보에서 파이핑 현상이 관찰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미보와 창녕함안보의 부실 문제를 따졌다. 그때마다 국토부와 시공회사 측은 “별문제가 아니다. 보완하면 된다”고 응수했다.

 그런 사이 낙동강 주변 주민들은 물론 국민의 불신도 깊어가고 있다. 정말 위험한 것인지, 안전한 것인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의 안전성은 정말 중요하다. 언제까지 따로따로 조사하고, 일방적인 주장만 거듭할 셈인가. 국토부와 환경단체는 감정싸움을 접고 하루빨리 공동조사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불신이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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