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에도 ‘그림자 금융’ 계속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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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세계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은 계속 덩치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자 금융은 자산담보부증권(ABS) 등 파생증권이 주로 거래되는 영역을 말한다. 머니마켓펀드(MMF)·헤지펀드·페이퍼컴퍼니 등이 그림자 금융의 주인공들이다. 돈(유동성)이 창출되지만 시중은행 영역과는 달리 중앙은행의 감시·감독을 받지 않는다. 음지로 불리는 까닭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폭발력을 확대시켜 경계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글로벌 그림자 금융의 자산 규모가 2011년 말 현재 67조 달러(약 7경3700조원)에 이른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57조 달러)과 비교해 17.5%(10조 달러) 늘어난 것이다.

 FSB는 “그림자 금융은 전체 금융 시스템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갑자기 돈줄이 마르는 일이 벌어지면 그림자 금융은 그 충격을 증폭시켜 전체 금융시스템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림자 금융은 분식회계의 텃밭이 될 수도 있다. 실제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2008년 파산 직전 그림자 금융 영역에서 150건의 거래를 일으켜 빚 500억 달러를 감췄다.

 한국의 그림자 금융도 만만치 않다. 1조3400억 달러(약 1474조원)로 세계의 2%를 차지한다. 정부 예산의 4배 규모다. 1위는 미국이다. 세계 그림자 금융의 35%(23조 달러) 정도를 차지한다. 다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미국 비중이 9%포인트 정도 줄기는 했다. 2005년 세계 그림자 금융 가운데 미국의 비중은 44%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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