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무엇이 어디에 걸리는지 살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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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대선 쟁점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선 이슈 분석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한다” “청년취업센터 설립과 청년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새누리당 후보의 일자리 공약을 점검한다” 등 대선 관련 뉴스를 듣다 보면 종종 어색한 표현을 접한다.

 예를 든 두 문장 모두 대략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이나 문법적으로 반듯한 구조가 아니다. 접속조사 ‘과’로 연결한 앞뒤 구절이 각각 다른 형식을 띠고 있어 문장이 비틀려 버렸다.

 “대선 이슈 분석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한다”가 드러내고자 하는 사실은 두 가지다. ‘(대선) 이슈 분석’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비교’다. 원래 문장대로라면 ‘이슈 분석과 공약’을 ‘비교한다’는 게 돼 버린다. “대선 이슈를 분석하고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한다”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청년취업센터 설립과 청년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새누리당 후보의 일자리 공약을 점검한다”도 마찬가지다. 구와 절로 문법적 지위가 다른 ‘청년취업센터 설립’과 ‘청년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하겠다’를 같은 자격으로 잇는 바람에 문장이 꼬였다. 점검할 두 공약을 같은 형식의 구조로 연결하려면 “청년취업센터를 설립하고 청년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하겠다는~”과 같이 바루어야 한다.

 문법적 오류를 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미가 왜곡되는 경우도 생긴다.

 “안철수 캠프는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재개 거부와 민주통합당 혁신을 요구해 왔었다”고 하면 사실과 거리가 먼 표현이 된다. 이대로라면 ‘협상 재개 거부’와 ‘민주통합당 혁신’을 안철수 캠프에서 민주통합당에 요구해 왔었던 게 돼 버린다. 안 캠프에서 요구해 왔던 건 ‘민주통합당 혁신’뿐이다. 다만 이에 앞서 안 캠프가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재개를 거부한 것이다. “안철수 캠프는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재개를 거부하고 민주통합당 혁신을 요구해 왔었다”로 고쳐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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