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성폭행" 실형 받자…페북에 "거짓말" 실토해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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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꼭 풀어주세요. 그가 때리고 (손에) 칼을 든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를 때리고 모함한 것들이 힘들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했다고 용기 내어 밝힙니다.”

 지난 3월 김모(24·여)씨는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 이런 글을 남겼다가 지웠다. 같은 예술대학 동기로 100일간 사귀던 남자친구 구모(28)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해 1심 결과가 나온 직후였다.

 검찰에 따르면 구씨는 지난해 5월 새벽까지 다른 남자와 술을 마시던 김씨를 찾아가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수차례 폭행했다. 이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현금 50만원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칼로 위협해 김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당했다고 하는 등 몇 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연예계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처음에 강간 사실을 숨겼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설득력이 높다고 보고 올해 2월 구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 11부(부장 박삼봉)는 김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계기로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졌다. 사건 진술서와 경찰 진술, 법정 진술 등을 통해 김씨의 성폭행 관련 진술이 자주 바뀐 것도 의심을 더했다.

김씨는 페이스북 글에 대해 제정신이 아닐 때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악마의 환청이 들려 글을 쓴 후 3~4주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의 페이스북 글은 자책감으로 강간상해에 대한 진술이 허위였음을 양심상 자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씨의 강간상해와 강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폭행과 흉기 협박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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