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베이너 ‘재정절벽 협상’ 화기애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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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오른쪽) 미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재정절벽 여야 지도부 협상에 앞서 기자들에게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소개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내일이 베이너 의장 생일이죠. 케이크를 준비하려다 초가 몇 개나 필요한지 몰라 대신 와인을 가져왔습니다.”

 16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넉살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오바마가 63번째 생일 선물로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좋아하는 고급 이탈리아 와인을 건네자 딱딱했던 베이너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한 시간 남짓 비공개 회동을 마친 여야 의회 지도부는 기자회견장에도 나란히 등장해 “재정절벽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7월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를 눈앞에 두고도 서로 얼굴을 붉히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던 여야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여야 지도부는 협상을 2단계로 진행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1단계로 올해 안에 세수 증대와 재정지출 삭감 총액을 정한 법안을 통과시킨 뒤, 2단계로 내년 초 시간을 두고 어디서 세금을 더 거두고 어떤 항목의 지출을 깎을지 구체적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부유층에 적용하는 최고 소득세율 인상 여부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일괄 세금 감면을 추진하면서 최고 소득세율을 36.9%에서 35%로 낮췄다. 오바마는 연소득 25만 달러(독신 20만 달러) 이상에 대해선 이를 원상복귀시키자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지난해 7월엔 2010년 중간선거 패배에다 국가부도 사태를 볼모로 잡은 공화당 내 강경파 ‘티파티(Tea Party)’의 몽니에 오바마가 무릎을 꿇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오바마의 의지가 강경하다. 그는 17일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도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이미 (세율 인상) 법안을 처리했고 하원 민주당도 이를 통과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지금 필요한 건 하원 내 공화당이 이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공화당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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