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양제윤이 뒤집자, 김하늘도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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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윤

17일 싱가포르 라구나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마지막 대회인 ADT 캡스 챔피언십. 지난해 KLPGA 투어 3관왕(대상·상금왕·다승왕) 김하늘(24·비씨카드)은 경기를 마친 뒤 침울해했다. 1오버파 공동 20위. 전 대회까지 상금·대상 부문에서 선두를 지켰지만 상금 3위 김자영(21·넵스)과 대상 2위 양제윤(20·LIG)이 마지막 대회에서 맹활약하면서 자력 수상이 어려워진 터였다. 그는 “타이틀 경쟁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다. 내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호텔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김하늘은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5홀을 남기고 3타 차 선두를 달렸던 김자영이 양제윤에게 2타 차 역전패를 당하면서 행운의 상금왕(4억5889만원)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대회장으로 돌아온 김하늘은 “1승만 하고도 운 좋게 상금왕에 올라 쑥스럽긴 하지만 행복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올 시즌 3승을 거둔 신데렐라 김자영은 첫날 2번 홀 보기 이후 47개 홀 노 보기를 기록했을 만큼 빈틈 없는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속설이 틀리지 않았다. 14번 홀에서 대회 두 번째 보기를 범한 김자영은 양제윤이 14번 홀과 16번 홀 버디로 1타 차까지 쫓아오자 급격히 흔들렸다. 17번 홀(파3)에서는 티샷을 오른쪽 해저드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했다. 다승왕을 일찌감치 확정 지은 뒤 시즌 4승과 상금왕 등극으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하고 싶었던 김자영의 드라마는 아쉽게 끝났다.

 올 시즌 KLPGA 투어의 최고 주연은 양제윤이었다. 첫날 드롭하고 쳐야할 공을 플레이스(공을 제 자리에 놓는 것)하고 경기해 2벌타를 받았던 양제윤은 이를 극복하고 우승해 더 감격이 컸다. 지난 8월 넵스 마스터피스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을 거둔 양제윤은 대상 부문에서 331점을 획득해 김하늘(293점)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선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싱가포르=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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