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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에 믿히기엔 아직 싱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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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비평가 송기철씨가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열렸던 박정운.조정현.박준하.김민우 등 네가수의 합동공연을 보고 공연 리뷰를 보내왔다.

이들 30대 가수들의 재기가 가요계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많이 변했겠지?"

"자기랑 나도 변했잖아. "

지난 19일 오후 6시30분 연강홀. 공연이 시작되기 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20대 중반 이상의 관객들은 마치 자신의 옛날사진을 보는 듯 설레는 모습이었다. '박정운.조정현.박준하.김민우-회귀콘서트' 는 참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 공연이었다.

조정현씨의 노래로 시작된 공연은 시간을 10여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그때는 정말 들을 만한 가요 음반이 많았다.

조용필.이문세.최성수.이선희.김완선.변진섭.손무현.신해철.강수지.오태호.이승환.윤상.공일오비 등.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작곡 능력을 지녔고, 그렇지 못한 가수들도 뛰어난 가창력과 곡 해석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에 공연한 네 명은 바로 그 때, 자신들의 몫을 충분히 해냈던 가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대의 가수들이 오늘날 설 무대가 없다는 건, 곧 그 세대의 팬도 음반시장에서 사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그 것이 결국 오늘날 한국 음반시장 침체로 이어졌다.

생활에 쫓겨 음악들을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세대가 즐길만한 음악이 사라진 것도 큰 원인이다.

또 그것은 단순히 어느 어느 가수의 사라짐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허무하게 없어지는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한국대중음악의 간접자본이 갈수록 취약해지는 것이다.

'타버린 나무' 를 부르던 김민우씨의 눈에는 끝내 눈물이 맺혔다. 그 눈물은 바로 지금 30대 가수들이 겪어야 하는 시련을 상징하는 듯 해 몹시 착잡해졌다. 해서 이런 공연이 단발로 그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음악에서 많은 이들이 '추억과 향수' 를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오직 추억과 향수 속에서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러기엔 이 가수들의 목소리와 음악이 너무도 싱싱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음반업계는 10대들이 예전만큼 음반을 안 산다고 한탄하기 전에, 지금 음반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는 20대 후반 이상의 세대를 다시 끌어들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 음반업계의 가장 큰 당면 과제다.

송기철 대중음악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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