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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5만원권 만들어 1장 쓴 죄, 징역 5년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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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방배경찰서가 압수한 장씨의 위조지폐. 5만원권 진폐 일부와 복사한 위폐를 합쳐 만들었다.

지난 3월 3일 송파구 삼전동의 한 원룸. 장모(46)씨는 지갑에서 5만원짜리를 한 장 꺼낸 후 작업대에 놓았다. 그는 전직 사무자동화 산업기사로 10년 이상 근무한 복사기 전문가였다. 장씨는 컬러복합사무기로 5만원짜리 앞·뒷면을 복사한 후 진짜 5만원권의 3분의 2 지점을 제도용 칼로 정교하게 잘랐다. 복사한 부분은 스프레이풀을 이용해 감쪽같이 붙였다. 홀로그램 용지로 만든 띠지도 압축기를 이용해 붙였다. 장씨는 순식간에 5만원짜리 1장을 위조지폐 2장으로 만들었다.

 장씨는 복사한 5만원으로 방배역 인근에서 도넛을 구입했다. 도넛가게 직원은 위조지폐인 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날 은행 입금 과정에서 위폐임이 밝혀졌다. 경찰은 CCTV와 지하철 신용카드 사용 이력을 통해 동종 범죄 전과가 있던 장씨를 피의자로 압축했다. 경찰은 장씨 집 압수수색을 통해 컬러복합사무기, 홀로그램 용지, 스프레이접착기 등 위폐 제작 도구를 압수했다. 특수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5만원권 고정틀도 있었다. 화장실 하수구 구멍에는 장씨가 급하게 찢어 버린 5만원권 일부가 남아 있었다.

 장씨는 범죄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송파구 일대 은행에 들어온 5만원권 위폐 42장을 장씨의 소행으로 보고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이 중 37장을 위조한 혐의로 장씨를 구속기소했다. 장씨는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천원권과 만원권을 위조했다 6년간 징역을 살았다. 그가 위조한 5만원권 지폐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나 자판기도 진짜로 인식하는 완벽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유통된 후 은행에서 발견된 위폐를 장씨의 소행이라 볼 증거가 없었다. 검찰은 도넛가게의 위조지폐 사용 1건 외에는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이유로 장씨가 위폐를 사용했다’는 불명확한 공소사실로 장씨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환수)는 장씨에게 통화위조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단 증거가 확실한 5만원권 1장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나머지 위폐에 대해서는 “위조 수법이 동일하다는 것 외에 피고인이 위조한 것으로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조해 사용한 돈이 5만원에 불과하지만 가석방 기간에 전문적이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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