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순환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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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요즘 부쩍 많이 나오는 경제용어 중 하나가 ‘순환출자’입니다. 경제기사뿐 아니라 정치기사에서도 많이 볼 수 있죠. 그런데 순환출자라는 용어 자체가 어렵다 보니 기사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도대체 순환출자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시끄러울까요.

 순환출자는 말 그래도 출자가 서로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돈다는 뜻입니다. ‘출자’는 돈을 내고 어떤 회사 주식을 사는 걸 가리킵니다. 예컨대 A기업이 B기업 주식을 사고(출자), B기업이 C기업 주식을 사서(출자) 주요 주주가 됐다고 합시다. 그리고 C기업이 A기업 주식을 사들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이 회사의 출자는 ‘A→B→C→A’로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이런 게 바로 순환출자입니다.

 왜 기업은 순환출자를 할까요. 대기업 총수 입장에선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룹 총수가 A기업 주식을 30% 소유했는데, ‘A→B→C’로 출자구조가 이어진 상황에서 C기업이 A기업 주식을 21% 샀다고 해봅시다. 총수는 A기업 주식을 30%만 보유했지만, C회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A회사에 대해 51%의 주식을 가진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납니다. 또 B회사와 C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는 효과도 생깁니다.

 재벌 개혁을 주장하는 쪽은 대기업 총수가 순환출자를 이용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걸 막아야 하기 때문에 순환출자를 금지하자고 주장하죠. 하지만 순환출자를 금지해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크다는 기업 측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순환출자 구조를 깨려면 C기업이 가진 A기업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룹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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