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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김범수 새 사업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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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김범수는 1992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원 없이 컴퓨터를 만지고 싶어’ 삼성SDS에 입사했다. 5년여 직장생활 동안 PC통신 ‘유니텔’ 개발에 참여했다. 직장을 나온 뒤 98년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후 네이버와 합병해 NHN 성공 스토리의 주역이 됐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카카오톡’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6200만 명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성공으로 이끈 김범수(46) 카카오톡 이사회 의장이 ‘국민 마음 치유’ 새 사업에 나선다. 국민 1000만 명에게 정신 건강을 회복시켜 주자는 ‘1000만 힐링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는 개개인의 정신 건강을 분석해 ‘내 마음 보고서’(사진)라는 책자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김 의장은 “사람이 살면서 꼭 한번 만나야 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런데 대부분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평생을 산다. 그래서 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을 알게 되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남들은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게 된다. 사회적 마찰과 불신의 해소도 여기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을 위해 김 의장은 올 초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의 지분 70.5%를 인수했다. 마인드프리즘은 정신과 의사 정혜신 대표가 2004년 설립한 정신건강 컨설팅 회사다. 마인드프리즘에서 그동안 응답에만 세 시간 이상이 걸리는 정교한 검사지를 이용해 개인을 분석하는 책자를 만들었다. 검사료와 출판비를 포함해 500만원을 내야 하는 고가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부 계층만 응할 수 있었다. 김 의장은 이 사업의 대중화를 위해 문항을 줄이고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춰 8만원에 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검사지는 모두 600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나무의 모습을 그려보시오’처럼 그림으로 답하는 문항부터 어머니·어버지에 대한 기억, 현재의 성생활까지 주관식·객관식을 섞어 묻는다.

 질문에 모두 답하고 나면 책을 받는다. 책은 ‘나는 누구인가’ ‘나를 위한 심리처방전’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예컨대 “당신은 주변 상황에 자신을 맞추는 젤 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작은 실수에도 지나치게 긴장하고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식이다. 그 밖에 강박증·우울증·정신분열증 같은 정신과 질환의 위험 정도와 스트레스 지수를 그래프와 수치를 곁들여 보여준다.

 이 일을 시작한 것은 김 의장이 NHN에 근무하던 2006년 마인드프리즘에서 정신분석 검사를 받은 게 계기가 됐다. 검사를 먼저 받은 이해진 NHN 의장이 임원들에게 “꼭 받아보라”며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지난해 정 대표를 만난 김 의장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계급이 있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김 의장은 “8만원으로는 인건비는커녕 검사서 인쇄비와 책자를 만드는 비용에도 못 미친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에게 자기 자신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이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심층 분석 버전을 내놓고 외국어로 번역해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목적으로 시작하지만 해외에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의미다.

 김 의장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의료·문화·예술계 지인 100여 명을 초청해 ‘내 마음 보고서’ 발간 기념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을 50% 할인된 장당 4만원에 구입했다. 이 쿠폰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함으로써 ‘내 마음의 보고서’ 선물 릴레이를 시작했다. 마인드프리즘은 오는 19일부터 ‘1000만 힐링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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