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NEAT의 수능 대체 조속 결정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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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입 수능 영어시험이 2015년부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으로 바뀐다는 사교육 학원의 광고는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런 광고를 하는 학원들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로 학생·학부모를 현혹한다는 이유라고 한다. 그렇다면 학원 광고처럼 정부가 개발한 이 시험이 수능 영어를 대체하는 게 아닌가. 이것도 분명하지 않다. 교과부는 4년 전부터 이 시험의 수능 대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올해까지 끌어왔다. 이 문제에 대한 최종 입장은 올해까지 나오기로 돼 있으나 연말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NEAT는 말하기·쓰기 등이 포함된 실용 영어 중심의 시험이다. 정부는 학교 영어시간에 수년간 영어를 배워도 영어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열의를 보였다. 그런데 말하기·듣기·쓰기 시험은 학교 교사들이 가르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학원들은 이런 틈새를 파고 들어 불안 마케팅을 벌여왔다. 말하기·쓰기에서 고득점을 받아야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선전이 바로 입시 학원들의 장사 수법이다. 지난 6, 7월 고교생이 보는 NEAT 2급 시험 모의 평가가 교과부 주관으로 치러졌을 때만 해도 학원들의 이런 광고는 극에 달했다. 수능 영어 대체를 선전하는 NEAT 문제 참고서도 현재 서점에 즐비하다. 이 때문에 현재 고교생 이하의 학생들은 NEAT가 수능 영어를 대체하는지, 한다면 언제 하는지, 시중 참고서를 사서 봐야 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현 정부는 이 시험 개발에만 지난 4년간 300억원 가까운 돈을 썼다고 한다. 이제 이 시험의 미래에 대해 분명한 청사진을 보여줄 때가 됐다. 그간 치러진 모의 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학교가 이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지 점검해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불안감을 부추기는 학원만 단속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막대한 세금이 쓰여진 만큼 이 시험이 수능 영어를 대체하든 않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