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3기 동시 스톱 한파 때 대정전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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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라남도 영광 원자력 발전소 3호기의 ‘제어봉 안내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보수 작업이 지연될 경우 겨울철 최악의 전력난이 우려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18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원전을 세우고 진행하는 예방 정비 중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초음파 검사에서 제어봉 안내관 균열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국내 원전에서 이런 결함이 발견된 건 처음이다. 제어봉은 우라늄의 연쇄 반응을 조절하는 장치고, 안내관은 제어봉이 상하로 이동할 때 통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균열은 총 84개의 안내관 중 6개에서 발생했다. 원통 모양의 안내관은 길이 1.2m에 직경 12㎝, 두께 3㎝ 크기다. 가장 큰 균열은 길이 5.3㎝, 깊이 1.1㎝였다. 한수원은 “구멍이 생기진 않아 방사능 누출 등 안전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프랑스 등 해외에선 100건가량의 안내관 균열이 발생한 바 있다. 영광 3호기 관계자들과 원전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은 현재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일단 균열 부분은 용접으로 보수할 예정이다. 영광 3호기는 1995년 준공돼 2034년에 설계수명(40년)이 끝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이 연말까지 결함 부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된 재가동 시점이 한 달 늦춰진다는 것이다. 100만㎾급 영광 3호기의 재가동이 지연되면 겨울철 전력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최근 원자력·석탄화력·가스 등 전체 발전소의 전력 공급 용량은 8152만㎾였다. 하지만 5일 위조한 ‘품질 검증서’를 대거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영광 5·6호기(총 200만㎾)가 멈췄고 연말까지 부품 교체에 돌입했다.

 정부는 추위로 난방용 전기 소비가 늘면서 내년 1월 한파 절정기 때의 최대 전력 수요가 7913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기상청은 최근 “ 내년 1월 기온이 평년(영하 5∼3도)보다 낮고 추운 날도 잦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광 5·6호기 부품 교체와 3호기 보수가 동시에 해를 넘겨 지연되면 1월 공급은 300만㎾ 감소한다. 예비전력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비상 국면이 닥치는 것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 정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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